고려아연, ‘자사주 활용’ LG화학·한화 등과 혈맹… 성장 전략 ‘트로이카 드라이브’ 박차

  • 동아경제
  • 입력 2022년 11월 23일 22시 56분


LG화학·한화·트라피규라 등과 총 7868억 규모 지분 거래
LG화학과 배터리 소재 사업 협력… 美 IRA 공동 대응
한화와 수소·풍력 등 그린에너지 사업 협력 추진
자원중개 업체 트라피규라와 니켈 제련 합작사업 검토
트라피규라·모건스탠리·한국투자증권 ‘3723억’ 투자유치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활용해 국내외 주요 기업들과 ‘그린에너지·배터리’ 동맹을 강화하기로 했다. 분야별 업계 최고 수준 역량을 보유한 기업들과 혈맹관계를 공고히 했다는 평가다.

고려아연은 23일 미래 비전인 ‘트로이카 드라이브(Troika Drive, 신재생·수소에너지·배터리 소재·자원순환 등)’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LG화학, ㈜한화, 트라피규라(Trafigura) 등 국내외 기업과 파트너십을 강화한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LG화학, ㈜한화와는 그린수소 및 배터리 분야 협력을 강화한다. 글로벌 트레이딩 컴퍼니인 트라피규라의 경우 배터리 핵심소재인 니켈 제련 합작사업을 검토하는 사업제휴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총 7868억 원 규모 지분투자를 단행한다. 4144억 원은 LG화학(2576억 원), 한화(1568억 원)와 상호지분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3723억 원은 트라피규라, 모건스탠리 인베스트머트 매니지먼트, 한국투자증권 등과 자사주 거래 방식으로 유치한다.
지난 6월 고려아연 계열사 켐코와 LG화학이 리사이클 및 전구체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체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최내현 켐코 대표와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오른쪽).
지난 6월 고려아연 계열사 켐코와 LG화학이 리사이클 및 전구체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체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최내현 켐코 대표와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오른쪽).
○ 배터리 소재 분야 美 IRA 대응… LG화학과 총 2576억 규모 지분 스왑
고려아연과 LG화학은 트로이카 드라이브 한 축인 2차전지(배터리) 소재 사업에서 동맹관계를 공고히 해왔다. 지난 2017년 배터리 핵심 물질인 황산니켈을 제조·판매하는 켐코 설립에 참여했고 올해 7월에는 켐코로부터 황산니켈을 공급받아 배터리 양극재 전 단계 물질인 전구체를 생산하는 한국전구체㈜를 합작법인으로 설립한 바 있다. 이번 사업제휴를 통해 고려아연과 LG화학은 북미지역 후처리(리사이클)-전구체 연계사업, 국내 전구체 설비 증설, 리사이클 원재료 사업 등 배터리 소재 문야에서 협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지분 스왑 규모는 2576억 원이다. 고려아연 보통주 39만1547주와 LG화학 보통주 36만7529주를 맞교환하기로 했다. 교환된 주식의 양도제한은 2년이다. 처분 시에는 상호 우선협상권을 갖게 된다.

LG화학 측은 이번 거래 주요 명분으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공동 대응을 내세웠다.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법안을 충족하는 메탈을 공동으로 발굴하는 등 북미에서 양극재 원재료 공급 안정성을 극대화한다는 취지다. LG화학은 양극재 분야에서 라인당 1만 톤 넘는 업계 최고 수준 생산성을 확보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업계 최고 수준 배터리 메탈 수급 및 건식제련을 통한 메탈회수, 고순도 메탈 제조 역량을 보유했다. 두 업체가 합작해 국내 울산지역에 건설 중인 전구체 공장의 경우 생산능력을 기존 2만 톤에서 5만 톤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업계 최고 수준 분야별 전문 역량을 보유한 두 기업이 배터리 소재 등 전 세계적으로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되는 미래 성장 동력 분야에서 힘을 모으기로 했다”며 “더 큰 성장과 더 나은 미래를 구현하기 위해 과감한 사업 협력을 지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한화와 수소·풍력 등 그린에너지 협력 강화… 총 1568억 규모 지분 맞교환
한화와는 이번 사업제휴를 통해 수소 밸류체인, 탄소포집, 풍력발전, 자원개발 등 4대 사업 분야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협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수소 밸류체인 사업과 관련해 한화는 고려아연이 해외 자회사를 통해 도입할 예정인 그린암모니아를 위한 암모니아 탱크터미널과 암모니아 크랙킹설비 건설을 비롯해 수소연료전지 발전과 수소가스터빈 발전 시설 건설 등에 참여할 예정이다. 고려아연은 한화가 미국에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블루암모니아 사업에 참여한다. 상호지분투자 규모는 1568억 원이다. 고려아연 보통주 23만8358주와 한화 보통주 543만6380주를 맞교환한다. 고려아연 자사주 1.2%와 한화 자사주 7.3%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화 측은 이번 자사주 맞교환을 통해 자기자본이 1270억 원가량 증가하고 부채비율이 일부 감소하는 등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최근 합병한 건설부문 신성장 동력인 수소와 풍력발전 등 그린에너지 사업 분야를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사업적 시너지 창출로 회사 내재가치 상승과 주주가치 제고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승모 ㈜한화 건설부문 대표는 “합병된 건설부문은 신규 미래사업 기회를 확보하고 글로벌부문 또한 발파 솔루션 사업에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 글로벌 자원중개 업체 ‘트라피규라’와 니켈 제련 등 협력… 3723억 규모 투자 유치
고려아연과 트라피규라는 니켈 제련 합작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협력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트라피규라는 매출 300조 원 규모 세계 양대 글로벌 트레이딩 업체로 꼽힌다. 전 세계를 무대로 원유와 금속, 광물 등 글로벌 자원중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다양한 국가에서 니켈 수급이 가능한 업체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거래방식으로 투자금을 유치하기로 했다. 트라피규라(2025억 원), 모건스탠리(653억 원), 한국투자증권(1045억 원) 등이 총 3723억 원 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해당 투자금은 고려아연 트로이카 드라이브 3대 신사업 전반에 활용할 예정이다. 일부 자금은 미국 전자폐기물 리사이클 기업인 이그니오 잔여 지분 인수와 100% 리사이클 동 제련 설비 증설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제레미 위어(Jeremy Weir) 트라피규라 최고경영자(CEO)는 “늘어나는 전기차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공급망 다변화와 새로운 제련 기술 및 경쟁력 개발이 시급하다”며 “고려아연과 오랜 기간 신뢰로 쌓아온 비즈니스 관계를 바탕으로 향후 공동 투자와 신규 사업을 개발하는 이상적인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부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부회장
고려아연은 이번 다자간 사업제휴를 통해 ‘그린수소·배터리 동맹’을 공고히 하고 자사주 거래로 유치한 투자금으로 트로이카 드라이브 3대 신사업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부회장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우려로 기업 활동이 위축된 지금이 오히려 투자 적기”라며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추진하려면 기존 사업 인프라를 바꾸거나 새롭게 도입하는 등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으로 수반된다”고 말했다. 이어 “초기 투자 리스크를 분담하되 장기적으로 상호이익을 도모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며 “세계 굴지의 기업들과 국내외 금융사들이 동시적으로 고려아연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은 그만큼 고려아연의 트로이카 드라이브가 시대적 요구와 변화를 잘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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