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파업]
철강업계, 출하 막힐까 운송 서둘러
해운업계도 피해 줄이기 안간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24일부터 무기한 운송 거부를 시작하면서 산업 현장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미리 긴급 물량을 빼내 필요한 공장에 보내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건설자재업계에 따르면 시멘트업계는 파업이 예고된 지난주부터 레미콘 공장 등에 미리 시멘트를 옮겨두는 등 대비에 나섰다. 하지만 12월 초까지 수요가 몰리는 성수기라 당일 출하량이 다음 날 바로 소진되며 재고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멘트를 옮기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은 약 3000대로, 이 중 1000여 대만 화물연대에 가입해 있다. 다만 비화물연대 차주들의 동조 파업과 화물연대의 위협을 우려한 운송 포기 등으로 대부분의 차량 운행이 중단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시멘트 업체 관계자는 “운송 중단이 열흘 이상 넘어가면 쌓아둘 곳이 없어 생산을 멈춰야 한다”며 “시멘트 소성로는 24시간 가동해야 하는데 한 번 멈추면 정상 품질의 수율을 맞추기까지 일주일 이상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레미콘 업계도 공장별 시멘트, 골재 등 원자재 재고가 길어야 3일치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이 길어지면 재료 부족으로 생산을 멈출 수밖에 없다. 레미콘 운송차주들은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인천 지역의 한 레미콘 기사는 “6월 파업 땐 비수기라 휴가인 셈 쳤지만 11월 성수기 파업은 길어지면 생계가 위협받는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자동차나 조선업체들에 최대한 많은 양의 철강제품을 보내놓고 있다. 또 사업장 내부에 적체되지 않도록 철강 중간 완성품도 서둘러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 문제는 화물연대가 제품 출하를 막는 것은 물론이고 현재 진행 중인 제철소 복구에 필요한 장비들까지 막아 세울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모터 구동부품이나 전기 설비 등 필요한 복구 장비들은 모두 외부로부터 들여와야 하는데 화물연대가 이것까지는 아직 합의를 해주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HMM과 한진 등 해운업계도 수출용 컨테이너를 배가 들어오기 3일 전 항만에 들여놓다가 이번 주부터 7일 전 들여놓기로 했다. 파업 전 최대한 물량을 많이 들여와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해운협회 관계자는 “파업이 길어지면 부산항을 방문하는 국제 해운선들이 부산을 ‘패싱’ 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계도 모처럼의 수주 호황에도 물류 마비로 기자재를 제때 공급받지 못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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