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 인상) 단행이 유력시되고 있는 가운데, 24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은 본관에서 올해의 마지막인 11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열렸다.
첫눈이 내린다는 절기 ‘소설’이 이틀 지난 이날 오전 공기는 찼지만 금통위 회의장 취재 열기는 올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회의 시작 전 3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회의 시작 1분 전 회의실에 등장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흰색 계통의 넥타이를 맸다. 특이한 점은 넥타이 바탕에 적힌 시 구절이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으로 이별의 슬픔에 대한 내용을 담은 시다.
이 총재는 매 금통위 회의 때마다 다양한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지만 시 구절이 담긴 넥타이를 매고 회의장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그 의미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붉은 계통의 넥타이는 금리 인상을, 푸른 계통은 금리 동결로 받아들여진다. 이 총재는 국회 인사청문회 때 화려한 무늬의 넥타이를 골라 관심을 받았다.
회의장에 가장 먼저 모습을 비친 건 이승헌 금통위원이었다. 회의 시작 4분 전엔 등장한 이승헌 위원은 “안녕하겠습니다”라고 인사를 하며 회의장에 들어왔고 좌우를 둘러본 후 조용히 앉아 있었다.
이후 회의 2분 전인 8시58분 나머지 다섯 위원이 연달아 입장했다. 조윤제 위원은 최근 건강이 악화된 듯 금통위 회의에 처음으로 지팡질을 하며 등장했다.
의장인 이 총재를 중심으로 오른쪽엔 박기영·주상영·조윤제 위원이, 왼쪽엔 신성환·이승헌·서영경 위원이 배석했다.
뒤이어 사진기자들의 요청에 이 총재는 의사봉을 ‘탁탁탁’ 세 번 두드렸다. 이들의 재요청에 의사봉을 재차 ‘탁탁탁’ 세 번 두드리자 셔터 소리가 회의장을 가득 채웠다.
만장일치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나중에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1일부터 16일까지 채권 투자자·애널리스트 등 채권 업계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00명 중 99명이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이 가운데 70%가 0.25%포인트 인상을, 29%가 0.5%포인트 인상을 전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내년 1분기까지도 5%대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한국과 미국 내외 금리 역전폭이 확대될 경우 원화 약세가 다시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고공행진을 지속했던 소비자물가와 원·달러 환율이 한풀 꺾이는 등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자금시장이 얼어 붙으면서 추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한은이 ‘베이비스텝’을 단행하게 되면 2012년 7월(3.25%) 이후 10년 4개만에 가장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를 기록하게 된다. 또 사상 처음으로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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