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산타클로스 대신 기준 금리 인상이 찾아왔네요. 끝 모르게 치솟는 금리에 주택담보대출 상환 부담이 늘어나면서 하루하루 삶이 더 팍팍해지는 것 같습니다. 우중충한 연말인데 내년도 희망이 보이지 않네요.”(30대 직장인 이모씨)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렸다. 사상 처음 6회 연속 금리를 인상하는 것으로, 집값 하락과 고금리가 맞물려 부동산시장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이 주담대 금리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대출 상환 부담이 큰 영끌(영혼까지 끌어 대출)족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4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현재 연 3.00%에서 3.25%로 상승한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 4월부터 열린 5차례 정기 회의에서 금리를 연이어 높였다.
기준금리가 인상된 만큼 조만간 주담대 금리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8%에 육박한다. 특히 내년 한국은행·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을 감안하면 연 10%까지 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 강북구 소재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금리 인상 발표 이후 전화 한통을 받았는데 지금 집을 내놓으면 얼마나 빨리 팔 수 있느냐는 문의였다”며 “빚을 크게 지고 산 경우인데 가격을 무한정 내리기 어려워 보였다”고 귀띔했다.
그는 “급매로 내놔도 잘 안 나가는 상황에서 저런 상황을 고려해 매매가를 책정할 경우 더 쉽지 않다”며 “현재 부동산시장은 주식시장의 산타랠리와 같은 긍정적인 신호를 기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산타랠리는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연말과 신년 초에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현상이다. 연말 보너스로 소비가 늘고 기업 실적이 개선되는 것이 주된 이유다.
금리 인상에 따른 매수세 위축은 뚜렷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9.2로 전주보다 1.5p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12년 8월 6일(67.5) 이후 10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점수화한 수치로 0~200 사이의 점수로 나타낸다. 기준치인 100보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집을 팔 사람이 살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매수세 위축에 따른 거래량 감소 현상도 뚜렷하다. 이날 기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11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신고기한이 남은 10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현재까지 536건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금리인상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돼 매수관망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추가로 하락 조정된 급매물만 간헐적 매수 문의가 존재하는 등 시장 상황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집값 하락기에는 이자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하는데 이 같은 심리가 맞물려 시장 가격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집값 하락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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