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전설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24일 현대차그룹 인재개발원 마북 캠퍼스에서 열린 디자인 토크 행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자동차 산업의 토대조차 없던 시절에 현대차가 ‘포니’라는 첫 차를 만들어 낸 것에 대한 극찬이었다.
주지아로는 이탈리아 디자인 회사인 ‘GFG 스타일’의 설립자 겸 대표로, 포니와 포니 쿠페 디자인을 시작으로 포니 엑셀, 프레스토, 스텔라, 쏘나타 1, 2세대 등 다수의 현대차 초기 모델들을 디자인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99년에는 자동차 산업에 끼친 지대한 영향력을 인정받아 전 세계 자동차 저널리스트로부터 ‘20세기 최고의 자동차 디자이너’에 선정됐으며, 2002년에는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인물이다.
현대차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주지아로 디자이너는 이날 1974년 이탈리나 토리노 모터쇼에서 선보였던 ‘포니 쿠페 콘셉트(개발 방향성을 담은 시제차)’를 원형 그대로 복원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포니 쿠페 콘셉트카는 양산에 이르지 못했으며, 차체도 알 수 없는 이유로 유실됐다.
“포니와 함께 사실 포니 쿠페도 설계했다. 이미 테크니컬 엔지니어링 측면에서 설계했고, 쿠페를 사용할 수 있다면 이상적일 수 있다고 이야기도 했다. 포니를 만들 때의 열정을 가지고 디자인을 할 것이다. 진보된 포니 쿠페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첫 차량 포니를 주지아로가 처음 디자인하게 된 이야기는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차 측은 1973년 직접 이탈리아 토리노에 방문해서 현대차를 위해 자동차를 디자인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주지아로는 “제안을 듣고 당황했다. 한국은 자동차 산업이 시작된 곳이 아니었다. 더욱이 대량생산을 원했다. 그런데 울산에서 현대가 큰 배를 건조하고 있더라. 그걸 보고서 현대차가 의욕을 가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며 ”약 50명의 엔지니어와 협력해서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최대한 간단하게 만들기 쉽게 자동차를 설계했고, 8개월 만에 자동차를 만들었다. 당시엔 부품 조달도 힘들었다. 그런데 결국 빠른 시간 안에 성과를 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현대차그룹 CCO(Chief Creative Officer)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과 현대디자인센터장 이상엽 부사장 등도 참석했다. 현대차는 GFG 스타일과 공동으로 포니 쿠페 콘셉트를 복원하기로 했으며 내년 봄에 최초로 공개할 예정이다.
포니 쿠페 콘셉트는 쐐기 모양의 노즈와 원형의 헤드램프, 종이접기를 연상케 하는 기하학적 라인(선) 디자인이 돋보이는 모델이다. 더욱이 주지아로는 영화 ‘백 투 더 퓨처’에 등장하는 ‘드로리안 DMC 12’를 디자인하면서 포니 쿠페를 기반으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포니 쿠페 콘셉트는 양산으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현재까지도 다양한 방식으로 현대차 디자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7월 처음 공개된 고성능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Rolling Lab) ‘N 비전 74’는 포니 쿠페 콘셉트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됐다. 포니는 현대차그룹과 한국 자동차 업계에도 여전히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모델이다. 정주영 현대차그룹 선대 회장은 포니 개발을 통해 자동차를 국가 중추 수출산업으로 육성했다. 또한 현대차가 포니 쿠페를 통해 글로벌 브랜드로 나아가려 했던 만큼, 현대차그룹에게는 새로운 도전 상징하는 유산으로 남아 있다. 동커볼케 부사장은 “현대차의 과거 50년 전 출발이 포니였다. 토니 쿠페는 현대차의 헤리티지를 품은 영적인 아이콘이 될 것”이라며 “디자이너 업계의 아버지이자 영적인 존재인 주지아로와 함께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주지아로를 만난 것이 꿈만 같다. 현대차의 미래 제품들을 보여줬는데, 주지아로가 이를 날카롭고 논리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매우 놀라웠다. 현대차의 디자인팀이 고민하고 본받을 것들이 많다”며 “오리지널 포니와 포니 쿠페 콘셉트는 세계적으로 지금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영감을 주는 모델이다. 아이오닉 5와 N 비전74 등에도 영향을 줬다. 과거를 반영하고 계승하는 모델 개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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