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3개월새 2.75%p 뛴 기준금리…이자부담도 ‘껑충’, 1인당 180만원 ↑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24일 17시 18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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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 씨는 2년 전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4억3000만 원을 받아 내 집 마련에 나섰다. 초반 1년은 연 3%대 초반의 금리를 적용받아 매달 184만 원 정도를 갚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대출 금리가 급격히 뛰면서 원리금 상환액도 눈덩이처럼 불었다. 대출 금리도 6%를 넘어선 지 꽤 됐다. 24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까지 반영되면 A 씨가 내는 원리금은 266만 원을 넘어선다. 월 상환액이 2년 새 82만 원 급증하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 6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빚을 늘려온 기업들이 한계에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 8월 이후 기준금리가 2.75%포인트 뛰면서 가계가 추가로 짊어진 이자 부담만 36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내년 기준금리가 3.75%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돼 빚으로 연명해온 취약가구와 한계기업(좀비기업)들이 줄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1년 3개월 새 가계 이자 36조 원 급증
24일 한은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의 74.2%가 금리 인상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 변동금리를 적용받고 있다.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6월 말 1756조8000억 원)의 변동금리 비중도 이와 같다고 가정하면 이날 기준금리 인상분만큼 대출 금리가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3조3000억 원 늘어난다.

한은이 본격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선 지난해 8월부터 이날까지 기준금리가 2.75%포인트 오른 것을 감안하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1년 3개월 동안 36조3000억 원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가계대출자 1인당 약 180만 원의 이자를 더 내야 하는 셈이다.

이날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5.31~7.832%에 이른다. 금리 상단은 지난달 연 7%대를 넘어선 지 한 달 만에 8%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은이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만큼 내년에는 주담대 변동금리가 연 1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은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대폭 낮추는 등 경기 하강 속도가 가팔라진 가운데 대출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다중채무자와 영세 자영업자, 저신용·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부실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 한계기업 ‘줄도산’ 우려 커져
최근 자금시장 경색으로 자금 조달이 막히면서 대출을 대폭 늘린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10월 말 현재 5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개인사업자 대출 포함) 잔액은 740조6707억 원으로 올 들어 10.82%(68조7828억 원) 급증했다.

이자 부담에 경기 침체까지 더해져 정상적인 영업 활동으로는 이자도 못 내는 한계기업도 급증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3년 연속 이자비용보다 영업이익이 적은 한계기업이 지난해 2084개에서 올해 2127개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외부감사를 받는 기업 중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14.9%에서 15.2%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한계기업의 금융 비용 부담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가운데 수출 부진과 소비 위축 등으로 매출까지 줄고 있다”며 “내년 들어 많은 기업들이 극도의 경영난에 시달릴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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