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일째 태풍 피해 복구 ‘구슬땀’… 포스코 포항제철소 현장 가보니
축구장 5개 넓이-높이 8m 토사 제거… 기계부품 분해-세척-건조후 재설치
퇴직자 등 투입된 인원만 100만명… 내달 공급 정상화-내년 초 복구 완료
포스코는 9월 6일 태풍 ‘힌남노’로 피해를 입은 뒤 79일째 복구 중인 경북 포항시 포항제철소 현장을 23일 언론에 공개했다. 정돈된 공장 외경 사이로 무너진 담장이 유독 눈에 띄었다. 한쪽에 쌓여 있는 토사와 잡목은 피해 규모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 하얀 임시 천막 아래 주황색, 파란색 옷을 입은 근로자들이 분주히 복구 작업을 하고 있었다.
태풍 당시 범람한 하천(냉천)에 가까이 위치한 2열연공장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2주에 걸쳐 공장에 들어찬 토사를 제거하고 보니 축구장 5개 면적에 높이 8m로 쌓을 만한 양이었다고 했다. 이 공장은 포항제철소 연간 생산량 1350만 t 중 500만 t을 처리하는 핵심 라인이다. 공장의 기계 부품들을 분해, 세척, 건조한 뒤 재설치하고, 교체가 불가피한 전기 제품들을 새로 들여놓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포스코는 이 공장의 재가동 시점을 12월로 잡고 있다.
전기설비와 모터 등이 위치한 지하 8m 깊이, 길이 약 450m의 공장 지하로 들어섰다. 천장, 배관 곳곳에 기름방울이 매달려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지하실에 물이 가득 들어차면서 기계설비의 유압기 등에서 기름이 새어나온 흔적들이다. 천시열 포항제철소 공정품질담당 부소장은 “당연히 냄새도 전혀 안 나고 깨끗했던 공간”이라며 “기계와 모터를 수리하고, 전력 계통까지 점검한 다음에야 수해 흔적을 완전히 지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악의 물난리를 겪었던 한국 산업의 중추 포항제철소는 직원들의 노력과 지역사회의 도움을 통해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침수됐다가 10월 7일 재가동을 시작한 1열연공장에서는 시뻘건 슬래브(철강 반제품)가 압연(철을 용도에 맞게 가공하는 것) 롤러 위에서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포스코는 다음 달이면 포항제철소가 생산해 왔던 모든 철강 제품을 정상 공급하고, 내년 2월 중순이면 힌남노 피해 이전 상황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복구 계획을 내놨다. 포스코는 현재까지 18개의 압연 공장 중 7개를 정상화시켰고 연말까지 15개를 재가동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고로(용광로)에서 만난 김진보 포항제철소 선강담당 부소장은 “고로가 설치된 1973년부터 지금까지 태풍 때문에 일시 가동 중지(휴풍)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만약 정상 가동 중에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면 고로가 통제 불능에 빠져 망가져 버렸을 것”이라고 했다.
포스코는 침수 피해 후 이어진 복구 작업에 100만 명 넘는 인력이 투입됐다고 밝혔다. 모터를 말리기 위해 농가에서 고추 건조기까지 빌렸고, 전기 공급이 안 되는 지역에서 펌프를 작동시키기 위해 전기승용차를 동원하기도 했다. 퇴직자들까지 발 벗고 나서 복구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 명장(名匠) 1호로 170t 압연기용 메인 모터 복구를 맡은 포항제철소 EIC기술부 손병락 상무보(64)는 “포스코는 늘 어려운 목표를 세우고 나아갔다. 이번에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