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지만 시중은행의 수신금리 인상 소식이 잠잠하다. 금융당국의 예적금 금리 인상 자제 당부에 눈치를 보고 있어서다. 대출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예금금리만 제자리에 머물면 예대금리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가 전날 기준금리를 인상했으나 시중은행들은 예적금 금리 인상 여부를 두고 고민 중이다. 반면 대출금리는 오름세를 지속하면서 현재 7%대에서 8%대까지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25%로 기존 3.00%에서 0.25%포인트 올렸다. 금통위는 4·5·7·8·10월에 이어 이번 회의에서도 인상에 나서면서 사상 처음으로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기준금리는 2012년 7월 이후 10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기준금리 인상 후 빠르게 수신금리에 반영했지만 이번에는 예금금리를 바로 인상하지 않을 것 같다”며 “아무래도 은행들이 당국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타행이 예금금리를 인상하면 따라가지 않을 수 없겠지만 먼저 올리기는 꺼려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대출금리는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속도는 조절되더라도 금리인상 기조가 계속되면서 대출금리는 내년 초까지도 오를 것”이라며 “금리 상단은 8%, 9%를 넘어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대출금리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올리지 않을 경우 예대금리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예금금리가 가파르게 뛰었던 지난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소폭 줄었으나 여전히 1~1.5%포인트 수준을 유지했다.
앞서 시중은행들은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이를 반영해 수신금리를 올렸다. 지난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하자 은행들은 인상 당일부터 수신금리를 인상했다. 이후 일주일 사이 5대 은행이 모두 예적금 금리를 올렸다. 최대 인상폭은 기준금리 인상폭의 두 배인 1%포인트에 달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번에는 수신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이전처럼 큰 폭으로 올리기보다는 기준금리 인상폭 정도에 그치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금리 경쟁으로 인해 자금 쏠림 현상이 나타나자 수신금리 인상을 자제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은행이 시중자금을 빨아들이면 제2금융권의 유동성 부족을 야기할 수 있어서다. 예금금리 상승은 대출금리 상승으로도 이어진다.
금통위를 하루 앞둔 23일에도 금융당국은 “과도한 자금 확보 경쟁은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이어져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업권 간·업권 내 과당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어 시장 내 불안감을 조성하는 시장교란 행위는 엄정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은행권 예금금리는 연 5%대로 올라선 상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4대 은행의 정기예금(12개월) 최고금리는 하나은행 연 5.00%, 우리은행 연 4.98%, 신한은행 연 4.95%, KB국민은행 4.82% 등이다.
고금리에 더해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침체하면서 시중 자금은 은행으로 몰리는 추세다. 지난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47조원 넘게 늘었다. 은행권 정기예금 잔액은 800조원을 넘어섰다.
은행권에서 고금리 예금이 쏟아지자 저축은행도 금리 경쟁에 가세했다. 저축은행권의 정기예금(12개월) 최고금리는 연 6%대다.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이날 기준 연 5.53%로 올해 초 2.37%에서 2배 이상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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