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도는 패션 트렌드 속에 레그 워머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본디 발목을 감싸 부상을 방지하는 목적을 가졌지만 마돈나를 비롯해 린제이 로한, 패리스 힐튼, 에이브릴 라빈 등 세기말 스타들이 애정을 표했던 패션 아이템이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청순미의 대명사인 그룹 핑클과 SES가 대유행시켰다.
레그 워머의 화려한 컴백을 예고한 브랜드는 단연 미우미우! 크롭트와 로라이즈라는 세기말 요소를 소환해 메가트렌드를 만들어낸 미우미우는 이번 시즌에도 이러한 흐름을 이어갔다. 클래식한 테니스 룩, 슈퍼 크롭트 톱과 마이크로 쇼츠, 파스텔 톤 발레리나 플랫 슈즈에 도톰한 레그 워머를 느슨하게 착용해 소녀 감성을 한껏 강조했다. 킴 카다시안, 두아 리파, 벨라 하디드 등이 즐겨 입는 놀스(KNWLS)는 두툼한 텍스처의 니트 톱과 시어 소재로 만든 스커트, 벨트 장식의 레그 워머를 곁들여 힙한 세기말 룩을 선보였다.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니고’의 손길로 재탄생한 겐조는 니트웨어 적재적소에 뉴 키즈들이 열광할 만한 소스를 가미했다. 날렵한 워커에 부드럽고 유연한 촉감의 레그 워머를 레이어드하듯 매치한 룩이 대표적인 예.
비비안웨스트우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안드레아스 크론 탈러는 영국 귀족 문화와 이국적인 오리엔탈리즘, 애슬레저 스타일이 믹스된 컬렉션을 선보였다. 특히 스트리트 스타일의 후디와 트랙 슈트는 마치 중세 시대의 수도승처럼 보이는데, 무릎까지 올라오는 오트밀 색상의 레그 워머가 단정하면서도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매 시즌 실험적이고 개성 있는 컬렉션을 선보이는 바퀘라는 종아리를 덮는 기장의 블랙 드레스에 레드 컬러 니트 워머로 포인트를 줘 일상에서 시도하기 좋은 레그 워머 스타일링을 보여줬다. 이 밖에 혹독한 한파에도 끄떡없을 양털 레그 워머 룩을 연출한 디온리, 패딩 소재 레그 워머로 스포티한 무드를 뽐낸 롱샴 등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모양으로 변주된 레그 워머를 만날 수 있다.
올 겨울 셀럽들의 필수템
세기말 아이콘 그 자체인 레그 워머. 일상 룩에서 어색하지 않게 활용하고 싶다면, 옷 좀 입는 셀럽의 패션 센스를 눈여겨보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빈티지 패션 마니아 벨라 하디드. 최근 그녀는 레그 워머를 향한 열렬한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파파라치 사진에서 살펴본 그녀의 데일리 룩은 여느 때처럼 범상치 않은데, 그중에서도 데님 오버올 드레스와 데님 롱 코트에 두툼한 레그 워머를 착용하고 블랙 플랫 슈즈로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 모습이 눈에 띈다. 레깅스 위에 레그 워머와 니트 비니로 포인트를 줘 운동복도 힙하게 풀어내는 스타일 고수의 면모도 엿볼 수 있다.
보온에 더욱 신경 쓰고 싶다면, 두아 리파 룩에서 힌트를 얻어보자. 종아리를 감싸는 벌키한 니트 레그 워머만 있다면 한파가 두렵지 않다! 니삭스처럼 무릎까지 타이트하게 감싸는 레그 워머는 의외로 스타일링하기 쉽다. 블랙핑크 로제처럼 미니스커트와 쇼츠 등 짧은 하의에 레그 워머 혹은 같은 톤의 양말과 신발을 신어주면 다리가 훨씬 길어 보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혹시 이번 시즌 미우미우의 컬렉션에서 영감을 받았다면, 오마이걸의 미미 룩도 눈여겨볼 만하다. 하이틴 영화에서 금방 뛰쳐나온 듯한 바서티 재킷과 니트 베스트, 미니스커트 룩에 레그 워머를 더하는 등 한층 경쾌하게 연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산다라박도 같은 스쿨 룩을 선보였는데, 미미와 달리 넥타이와 윙팁 로퍼로 담백하고 클래식한 스타일을 완성했다.
레그 워머는 추위로부터 다리를 따뜻하게 감싸주면서도 다채로운 스타일링이 가능하고, 특히 신체 콤플렉스를 보완해주는 유능한 아이템이다. 다양한 소재와 실루엣이 가능한 레그 워머 하나로 올겨울 스타일리시하게 거듭나보는 건 어떨까.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