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회사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자산 ‘위믹스’의 상장폐지를 두고 법정 공방이 예고된 가운데 금융당국이 코인 상장폐지와 관련된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나섰다. 최근 국회와 당국이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처벌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있어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상장 및 상장폐지 관련 규정도 입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위믹스 상장폐지 결정 이후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상장폐지 절차가 적절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국이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은 없지만 상장폐지 기준과 형평성 등을 두고 문제가 제기된 만큼 제도적 측면에서 개선할 점이 있는지 검토하고자 한다”고 했다.
현재 위메이드는 업비트를 비롯한 4대 가상자산 거래소가 위믹스의 상장폐지를 결정한 것과 관련해 법적 절차를 밟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상장폐지 취소를 위한 가처분 및 본안 소송을 준비하는 한편으로 가상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인 ‘닥사(DAXA)’를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겠다는 것이다.
닥사는 위메이드가 제출한 위믹스 유통량 계획 정보와 실제 유통량에 차이가 있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명확하게 전달하지 않았다며 앞서 24일 위믹스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위메이드 측은 거래소들을 대상으로 유통량 기준을 알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회신을 받지 못했고, 유통 계획을 밝히지 않은 코인이 많다며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태가 규제 공백에 놓인 코인 상장 및 상장폐지 문제를 수면 위로 끄집어 올렸다고 지적하고 있다. 6월 현재 26곳에 이르는 가상자산거래소는 ‘자율 규제’를 기반으로 자체 판단에 따라 코인 상장과 상장폐지를 결정하고 있다. 이런 불투명한 상장 및 상장폐지 구조 속에서 최근 코인 발행사 2곳이 대형 거래소에 가상자산을 상장시킨 뒤 직접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는 수법으로 시세를 조작한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번 위믹스 상장폐지 결정 과정에서도 닥사는 금융당국과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최근 국회와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규제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상장 및 상장폐지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가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법안에는 금융당국이 가상자산거래소를 직접 감독하면서 미공개 정보 이용, 시세 조종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감시·처벌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내용이 중점적으로 담겨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감원의 이번 검토 결과를 가상자산 규제 법안 등에 참고할 수 있다”고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식 상장과 상장폐지도 증권거래소를 중심으로 이뤄지지만 엄격한 절차에 따라 금융당국의 통제를 받는다”며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이 상장과 상장폐지 원칙이나 근거를 살펴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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