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유럽 등 유연하게 근로 시간 규율
한국은 60년 간 산업 구조 바뀌었지만 과거 체제 유지
경제계에서 획일적인 현행 근로시간 규율을 깨고 기업 현실에 맞는 유연한 새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5일 ‘근로시간 적용제외제도 국제비교와 시사점 연구’ 보고서를 통해 “탄력·선택·재량 등 유연근로제를 기업 현실에 맞게 개선하고 노사가 협의, 합의를 통해 제한규정을 선택적으로 배제할 수 있는 ‘한국형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산업환경의 변화에 따라 업무 수행방법, 시간배분 등 구체적 지시가 곤란한 업무가 점차 증가하고 있고 근로시간 총량이 아닌 창의적 발상 등을 통한 성과물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근로시간 자율적 편성을 기업 사정에 맞도록 규정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전문직, 관리직, 고소득자에 대해 근로시간 규율을 적용하지 않는 ‘화이트칼라 이그잼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일본도 노동기준법을 개정해 미국과 유사한 ‘고도 프로페셔널에 대한 근로시간 면제제도’를 2019년 4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더 폭넓게 근로시간을 규율하고 있다. 영국은 근로계약을 통해 최장근로시간인 1주 48시간을 초과해 일할 수 있도록 약정하는 ‘옵트 아웃’ 제도를 두고 있다. 다만 근로자 보호를 위해 옵트 아웃 계약을 체결해도 자유롭게 취소할 수 있다. 프랑스는 단체협악을 통한 연간 근로일수와 임금을 포괄약정하는 ‘연단위 포괄약정제도’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업구조가 크게 바뀌며 전체 취업자 중 화이트칼라 비중이 크게 늘었다. 1963년 18.3%였으나 지난해 41.5%로 2배 넘게 뛰었다. 대한상의는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근로시간제도 유연화 방향에 대해 기본적으로 동의하지만 기존의 근로시간 규율 틀 내에서 이뤄지고 있어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대한상의는 “정부 논의 내용을 보면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주에서 월·년으로 변경하는 등 총량 규제라는 기존의 체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며 “산업·업무의 특성과 근로형태의 다양성 등을 감안해 탄력근로제, 선택근로제 외에도 근로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를 주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한국도 해외처럼 전문직·관리직·R&D(연구개발)직에 대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적용과 함께 노사가 자율적으로 근로시간 규율방식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상 근로자로는 전체 근로소득 상위 2%(2020년 귀속 근로소득 기준 1억2900만 원) 이내이거나 최저임금의 5배(2022년 기준 1억1500만 원) 이상 급여를 받는 근로자를 들었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우리나라의 경제체력이 강화되기 위해서는 벤처기업, 스타트업이 활성화되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혁신국가가 되어야 한다”며 “하지만 획일적 노동시장 규제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 하루빨리 변화되는 산업환경에 부합되는 근로시간 규율체계를 정립해 우리 경제의 활력을 제고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