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타이어·철강 ‘올스톱’…화물연대 파업 영향 ‘초비상’

  • 뉴시스
  • 입력 2022년 11월 28일 15시 36분


민주노총 화물연대 파업이 5일째 이어지면서 산업계 곳곳에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 등 완성차 업체에서는 차량 출고가 아예 멈췄고, 한국타이어 등 타이어 업체들은 타이어를 출고하지 못해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철강업체들은 공장 재고가 늘면서 또 다시 ‘가동 중단’ 위기가 커지고 있다.

포스코·현대제철, ‘가동중단’ 우려 확산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생산 공장에는 재고가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 24일 0시를 기점으로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들어가며 제품 출하가 막힌 탓이다.

포스코의 경우 광양제철소를 중심으로 물류난이 심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으로 광양제철소는 하루 1만5000t 출하 차질을 빚었다. 현재 포항제철소 복구 작업으로 광양제철소 생산 물량이 늘어난 만큼 최소 1만5000t 이상을 내보내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아직까지 물류 적체나 재고 수준은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우려됐던 수해 복구 작업도 순조로운 상황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 수해 복구용 자재는 계획대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도 이번 파업으로 육송 출하가 주춤한 모습이다. 24일 이후 당진, 포항, 울산 등 전국 공장에서 하루 5만t 정도를 내보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주 안에 화물연대 총파업이 해결되지 않으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공장 가동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본다. 양사는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경험을 토대로 우선 출하를 단행해 공장 재고를 최대한 낮춘 상태다. 따라서 당장 1~2일 내에 공장 가동에 문제가 생기진 않을 전망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주말에는 제품을 내보내지 않아 아직까지 공장 가동에 영향을 받는 상황은 아니다”며 “우선 출하를 많이 해 둔 상태여서 재고량도 아직 여유가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태가 장기화하면 아무래도 공장 가동에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지난 6월7일 화물연대 총파업 당시 제품 창고가 포화 상태에 달해 공장 가동을 멈춰야 했던 악몽이 있다.

포스코는 파업 일주일째 되던 6월 13일 포항제철소 선재 공장 전체 가동을 중단했다. 가전, 고급 건자재용 소재를 생산하는 제2냉연공장도 멈췄다. 당시 가동 중단으로 선재 7500t, 냉연강판 4500t 등 하루 1만2000여t의 생산차질이 빚어졌다.

파업이 끝난 뒤 현대제철도 제품 재고 증가로 공장을 멈춰야 했다. 인천공장은 120t 전기로가 10일간 멈추기도 했다. 포항공장 100t 전기로도 8일간 가동을 중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오늘이 파업 5일째이나 주말이 이틀 끼어 있어 제품 창고는 아직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 6월 파업 당시 피해가 극심해 우선 출하를 많이 해 둔 것도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파업 장기화로 지난 6월 같이 창고가 포화가 되면 생산을 줄일 수 밖에 없다”며 “정상 가동이 문제없이 이어지려면 이번주 내로는 파업이 해결되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 차량 출고 멈춰…출고 목표치 달성 어려울수도


현대차는 지난 24일부터 일반 직원을 투입해 직접 완성된 신차를 공장 밖으로 빼내 고객에게 인도하는 ‘로드탁송’을 실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물류 사업을 담당하는 현대글로비스에서도 로드탁송 인력을 고용해 별도로 출고 작업을 지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신차 탁송에는 여러 대 차량을 실을 수 있는 카캐리어가 쓰인다. 다만 카캐리어 운전원 대다수가 화물연대 파업에 동참하며 신차 출고에 차질이 생겨 현대차가 일종의 임시방편을 마련한 것이다.

로드탁송을 시행하지 않으면 공장에 차량이 계속 쌓이게 되고, 자칫 생산 작업도 지연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 직원들은 로드탁송에 동의한 고객에게 주행거리 보증 연장 혜택을 제공하며 차량을 배송하고 있다.

파업 장기화 시 현대차가 이달 정식 출시한 그랜저 7세대 출고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의 큰 관심을 받으며 출시한 그랜저는 사전 계약자만 10만9000명에 달한다. 현대차는 그랜저 대기 물량을 내년까지 모두 소화한다는 방침으로, 올해 11월과 12월에 1만1000대를 판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장 차가 필요한 사람들은 울산 공장에 직접 방문해 차를 수령하는 촌극까지 벌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현대차는 아산공장 출고 상황을 지켜보면 현재까지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그랜저 출고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파업에 따른 신차 출고 지연이 처음 겪는 일이 아닌 만큼, 현대차에서 대응 메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화물연대는 6월 팰리세이드 부분변경 모델 출시 당시에도 파업을 강행하며 어깃장을 놓은 바 있다.

이로 인해 현대차와 기아는 이번 총 파업에 앞서 각각 울산공장과 광주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량을 인근 출고 센터까지 옮기는 아르바이트 인력을 투입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진단이다.

타이어업계, 하루 ‘15만개’ 출고 지연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타이어업체가 화물연대 파업으로 출하하지 못한 타이어는 28일 하루 15만5000여개로 추산된다.

한국타이어는 현재 충남 금산공장과 대전공장에서 각각 5만개씩 총 10만개의 타이어를 생산하고 있다.

물론 이 10만개 타이어가 모두 같은 시간 공장에서 출고되는 것은 아니다. 통상 하루 10만개 중 6만~7만개 타이어가 컨테이너선에 실려 부산항으로 출하된다.

하지만 화물연대 파업으로 한국타이어는 지난 24~26일 평상시 대비 30~40% 정도만 출고됐다.

원래 물류 이동이 없는 일요일인 27일을 제외하고, 28일은 평상시 대비 40~50% 수준의 타이어가 출하됐다. 이는 파업 당일 화물연대 눈치를 보며 운행을 하지 않았던 비조합원 컨테이너선들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어 지난 24~26일보다 소폭 증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추산해보면 28일 하루에만 3만5000여개 한국타이어가 공장 밖으로 출고되지 못할 예정이다.

한국타이어는 국내 2개 공장 외에 중국, 헝가리, 인도네시아, 미국에도 공장이 있다. 그나마 해외공장이 많이 있다는 점에서 한국타이어의 파업 타격은 다른 타이어업체들보다 적은 편이다.

이에 반해 금호타이어는 광주, 평택, 곡성 등에 타이어 공장이 있다. 여기서 생산한 타이어는 컨테이너 트럭으로 평택항이나 부산항으로 옮겨진다.

이 공장 3곳에서 생산하는 타이어는 하루에 총 9만여개에 달한다. 현재 이중 90%인 8만개 타이어가 출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금호타이어 광주공장과 곡성공장 정문 앞을 막으며 타이어 출고를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넥센타이어는 경남 양산 및 창녕공장에서 각 5만여개, 3만여개 타이어를 생산중이다. 여기서 생산한 타이어는 부산신항의 컨테이너선을 통해 수출된다. 넥센타이어는 현재 절반 가까운 3만5000~4만여개 타이어가 출하되지 않고 있다.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화물연대 파업으로 타이어업계의 출고 문제는 갈수록 확대될 수 있다. 파업에 대비해 미리 비축해둔 재고가 있지만 비축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타이어 특성상 파업 시작 후 8~10일 정도면 소진될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파업이 장기화 할 경우, 타이어 공장에서 생산을 줄이는 이른바 감산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들린다. 현재 타이어업계의 물건을 나르는 물류업체들 소속 10명중 6명은 화물연대 조합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파업을 해도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지난 6월 파업 때처럼 비조합원 운전자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일은 없으면 좋겠다”며 “정부에서 불법 행위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 화물연대 파업 ‘업무개시명령’ 수순 돌입


이렇게 산업계 피해가 확대되는 가운데 화물연대 총파업이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자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수순에 돌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8일 오전 대통령실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노동문제는 노(勞)측의 불법행위든 사(社)측 불법행위든 법과 원칙을 확실하게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노사 법치주의를 확실히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29일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업무개시명령을 심의할 예정이다. 사실상 ‘업무개시명령’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위한 조건도 이미 충족됐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국토부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육상화물운송분야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국토부 ‘육상화물운송 분야 위기대응 실무 매뉴얼’에 따르면 위기경보 단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 순이다.

‘심각’ 단계에서는 국토부 장관이 결정하면 언제든 업무개시명령을 국무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해당 명령이 발동되면 운송기사는 즉각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이를 거부할 경우 30일 간의 면허정지(1차처분) 또는 면허취소(2차처분)이 이뤄질 수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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