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이 닷새째를 맞으면서 산업 현장 곳곳에서 피해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28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이번 집단 운송거부로 이날까지 642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 수도권 현장의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도 레미콘 작업을 멈췄는데 우리라고 별수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각 현장에서는 철근, 배선 등 후속 공정을 앞당겨 공사 기간을 맞추려 노력하겠지만 이마저도 한계가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20개 건설사가 시공하는 전국 건설현장 912곳의 56%인 508곳에서는 레미콘 타설이 중단된 상태다. 한국시멘트협회와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등 건설자재 업계 5개 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화물연대의 불법적 집단 운송거부는 국가 물류와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을 볼모로 국가 경제를 위기에 처하게 만드는 명분 없는 이기주의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오후 아세아시멘트를 방문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운송차량 운행 재개 방안을 강구하고 필요시 군부대 차량을 지원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입 화물 처리도 비상이 걸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전국 12개 항만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평시 대비 33% 수준으로 감소했다. 특히 전남 광양항과 울산항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각각 평시 대비 2.6%, 1.8%로 떨어져 사실상 마비됐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생산 제품을 사업장 내 빈 공간에 쌓고 있지만 한계점이 다가오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공간도 문제지만 너무 많이 쌓아두다 보면 맨 아래에 깔린 제품은 품질이 안 좋아져 납품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대체 인력을 찾으려 해도 운송 기사들이 귀한 몸이 되면서 기존 대비 10∼30% 높게 운임을 부르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철강 가공품을 만드는 A사 대표는 “고객사 납품 날짜를 지키는 데 차질이 생길 것 같다”고 걱정했다.
정유업계도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탱크로리(유조차) 기사들이 대거 파업에 참여하면서 지역별 거점 저유소에서 주유소로 향하는 물량 공급이 사실상 막힌 탓이다. 28일 서울과 경기 일부 주유소에는 ‘휘발유 품절’ 등의 안내문이 붙기도 했다. 서울 성동구 마장동의 한 주유소 관계자는 “탱크 용량이 10만∼20만 L 수준인 소형 주유소는 재고 주기가 짧으면 하루, 길어야 3일 정도”라며 “오늘내일 하면서 소량이라도 공급받아 그때그때 심폐소생술을 받는 수준”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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