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 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렸다. ‘함께하는 회복, 보다 강한 회복’을 주제로 각국 정상들은 식량·에너지 안보, 보건, 디지털 전환 등에 대해 국제적 연대와 협력이 가장 절실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번 G20 정상회의의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식량안보였다. 기후변화,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자 세계 여러 나라가 농산물 수출에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자국 식량 단속에 나섰다. 이로 인해 국제 곡물 가격도 크게 상승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은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인구가 늘고 있다며 인도적 지원을 호소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는 크게 세 가지의 메시지를 던져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첫째, 우리나라는 농업·식량 분야에서 과도한 보호주의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주요 식량 작물의 생산이 특정 지역에 편중된 상황에서 이러한 발언은 식량 외부 의존도가 높은 많은 회원국의 공감을 얻었다. 2008년 제1차 G20 정상회의에서 한국이 제안한 ‘무역과 투자 장벽의 동결’에 모든 회원국이 동참한 데 이어,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국제적 리더십이 드러난 발언이기도 하다.
둘째, 우리나라도 한때 식량을 원조 받았던 만큼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전 세계 기아 해소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한국은 1964년 식량 원조를 받던 나라였지만, 1970년대 ‘녹색혁명’으로 쌀 자급을 이루고 2018년부터는 매년 쌀 5만 t을 원조하는 WFP의 주요 공여국이 됐다. 올 10월 필자가 아프리카를 방문했을 때 현지에서 만난 한 고위 관료는 한국의 발전 중 가장 놀라운 것은 바로 쌀 자급 달성이라고 했다. 한국의 쌀 자급 달성 사례는 식량위기국에 언젠가 한국처럼 기아 종식을 이룰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우리 정부는 세계에 희망의 쌀을 보내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셋째, 지속가능한 식량 생산을 위한 스마트 농업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개도국에 한국의 경험을 전수할 것을 약속했다. 스마트팜은 기후변화와 자연재해의 위험에서 벗어나 건강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어느 국가에서나 절실히 필요한 기술이다. 한국은 1980, 90년대 비닐하우스로 대변되는 ‘백색혁명’과 농업의 디지털 전환 경험을 토대로 내년 스마트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규모를 올해보다 확대하고, 대상 국가와 지원 분야도 다변화해 나갈 것이다.
G20 정상회의는 한국이 전 세계 기아 극복과 지속가능한 농업 발전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하면서 각국과 연대를 통해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하는 국가임을 명확히 보여준 기회가 됐다. 앞으로도 한국은 식량원조와 스마트팜 기술을 통해 식량위기 국가에 희망의 나침반이자 동반자 역할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