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stion&Change]〈22〉‘코코지’ 박지희 대표
“청각은 오감중 가장 먼저 발달”… IoT 플레이어에 동화-동요 담아
아이가 직접 캐릭터 넣어 재생… 언어발달 돕고 상상력 키워줘
‘아이들의 스크린타임(가만히 앉아 미디어를 시청하는 시간),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
키즈 오디오테크 스타트업 ‘코코지’의 박지희 대표(44)는 국내 한 스타트업을 퇴사한 뒤 생각에 잠겼다. 대기업 3곳, 공동 창업, 스타트업 2곳 등을 거치며 쉴 새 없이 일해 왔던 그는 ‘누군가 창업한 회사에 들어가 일하는 것’에 상실감을 느끼고 공백기를 갖고 있었다.
과거를 돌아보던 박 대표의 머릿속에 문득 육아 경험이 스쳤다. 아이는 어느덧 중학생이 됐지만 마음 한편에 늘 죄책감이 있었다. 맞벌이 부부다 보니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을 제어하기 어려웠던 것.
아이가 스크린타임에 많이 노출되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에 걱정도 됐지만 워킹맘이었던 그가 아이 곁에서 밀착 관리하는 건 불가능했다. ‘내가 육아에 좀 더 집중해 아이가 영상물을 적게 봤다면 아이가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 더 많지 않았을까.’
○ 워킹맘의 죄책감, 키즈 오디오콘텐츠로
워킹맘으로서 가졌던 아쉬움과 죄책감은 우연히 접하게 된 키즈 오디오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할머니가 해주는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잠이 들었던 박 대표의 어릴 적 추억도 떠올랐다.
각종 연구결과를 찾아보니 청각 콘텐츠의 순기능이 많았다. 청각 자극이 언어 발달은 물론이고 상상력과 학습 능력 증진 등 두뇌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태아의 오감 중 가장 먼저 발달하는 감각이 청각이기 때문에 엄마들이 태교를 하는 것”이라며 “아이는 아주 오래전부터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데, 그런 측면은 무시된 채 시각적으로만 노출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창업을 염두에 둔 건 아니었지만 마침 관련 시장이 유럽과 미국에서는 급부상하고 있었다. 반면 아시아에는 이렇다 할 시장이 없었다. 공백기 동안 부업으로 스타트업 컨설팅을 하면서 키즈 오디오테크에 꽂혔던 박 대표는 창업이 그의 운명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2020년 11월 코코지를 설립하고 영유아 교육용 오디오 플레이어 ‘코코지 하우스와 아띠’를 개발했다.
집 모양의 사물인터넷(IoT) 기반 오디오 플레이어인 코코지 하우스 안에 캐릭터 모형 아띠를 넣으면 오디오 콘텐츠가 흘러나온다. 캐릭터 모형마다 각기 다른 동화, 동요, 지식 콘텐츠 등이 담겨 있다. 교육 콘텐츠 전문가가 제작에 참여하기도 하고, 핑크퐁과 아기상어를 보유한 더핑크퐁컴퍼니, 뽀로로와 타요를 보유한 아이코닉스 등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들과도 계약을 맺어 캐릭터와 콘텐츠도 다양화하고 있다. 아이가 원하는 캐릭터 모형을 직접 선택해 코코지 하우스에 집어넣으면 되기 때문에 조작이 간편하고 아이의 주도성이 반영되는 한편 친근감 있는 캐릭터로 애착 형성에도 기여한다는 설명이다.
○ 코코지 창업, 앞선 경험의 집약체
코코지는 박 대표의 두 번째 창업이다. 첫 창업은 ‘요기요’로, 그는 공동창업자였다. 하지만 요기요에 몸담은 지 5년이 됐을 무렵 그는 ‘더 큰 임팩트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퇴사했다. 이후 ‘렌딧’ ‘스타일쉐어’ 등의 스타트업에서 마케팅 임원을 지냈다.
그간의 재직 경험은 모두 창업의 밑거름이 됐다고 한다. 대림산업 석유화학사업부와 영국 화학회사 빅트랙스에서 일하면서 플라스틱 사출과 폴리머 소재를 공부했기 때문에 코코지의 디바이스를 제조할 수 있었다. 인터컨티넨탈호텔그룹에서의 근무 경험은 글로벌 기업의 경영프레임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됐다.
박 대표는 “워킹맘들이 자아성취감을 느끼면서도 늘 아이에 대해 미안함을 느낀다”며 “워킹맘들이 좀 더 안심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코코지를 통해 다양한 세상을 경험해볼 수 있는 좋은 소리를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코코지가 집 모양인 이유: 아이가 블록을 쌓을 때 가장 먼저 만드는 모양이 집, 그만큼 아이에게 친근한 존재
#오디오 콘텐츠뿐 아니라 디바이스까지 만든 이유: “스마트폰으로부터 아이들을 자유롭게 해주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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