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한강푸르지오 단지 내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방문 손님은커녕 온종일 문의 전화도 없다”며 “금리가 오르고, 아파트값이 하락하면서 작년하고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전했다.
정부가 앞서 규제지역 해제와 보유세 부담 완화 등 규제 완화 대책을 발표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거래절벽은 여전하고 미분양도 급증하고 있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아파트를 사겠다는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고, 집값이 더 떨어질 거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거래절벽을 넘어 사실상 ‘빙하기’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인상이 예상되면서 정부의 규제 완화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10월27일 서울과 서울에 인접한 경기도 4곳을 빼고 전국의 모든 지역이 부동산 규제지역을 해제하고, 지역별·주택가격별로 차등화돼 있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50%로 일원화하는 등 규제 완화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올해 10월까지 주택 거래량이 지난해 대비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0월 주택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 거래량은 3만2173건으로, 지난해 대비 57.3% 감소했다. 1월부터 10월까지 누적 거래량은 44만9967건으로, 지난해 89만4238건보다 49.7% 줄었다.
지역별로 수도권은 1년 전보다 누적 거래량이 58.5% 줄었고, 지방은 41.5% 감소했다. 유형별로 아파트 거래량이 56.1% 감소했고, 아파트 외 주택은 36.7% 줄었다.
거래절벽 속에 미분양도 꾸준히 늘고 있다. 10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총 4만7217가구로, 전월보다 13.5%(5613가구) 증가했다. 지방 미분양 주택은 전월 대비 17.2%(5814가구) 늘어난 3만9605가구로 집계됐다. 서울의 미분양 주택은 866가구로 20.4%(147가구) 증가했다.
부동산시장에선 잇단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이 큰 상황에서 거래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가 연내 9%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이자 부담이 커진 데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어 일부 고소득자를 제외한 일반 서민의 시장 진입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부터 강화된 DSR 규제가 시행됐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차주별 DSR 2단계 규제에 따라 총 대출액이 2억원을 넘을 경우,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2금융권 50%)를 넘기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또 개인별 DSR 규제 대상을 총 대출액 1억원 초과 차주로 확대하는 조치가 시행됐다. 1억원 초과 차주를 대상으로 한 개인별 DSR 규제로 인해 LTV 50%까지 받기가 어렵다.
전문가들은 거래 절벽을 해소하고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대출 규제 완화 등 정부의 추가 완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부동산 시장의 거래 절벽 현상이 더욱 길어질 수 있다”며 “시장의 경착륙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연착륙은 유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이전보다 과감한 수준의 규제 완화 대책을 고민할 때”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고, 거래가 끊긴 상태라서 규제를 좀 더 완화하더라고 투기수요가 일어나거나 시장이 반등하지 않을 것”이라며 “소득이 낮은 계층은 대출을 받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최초 주택 구입자 등 일정 기준에 부합에 주택 수요자에 대해 DSR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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