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 아닌 원사이드 게임’…1위 삼성전자 점유율 더 는다

  • 뉴스1
  • 입력 2022년 12월 1일 09시 44분


코멘트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 2021.8.12/뉴스1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 2021.8.12/뉴스1
메모리 반도체 사상 최악의 한파 예고에 감산과 투자 축소 등 크게 위축된 대부분의 기업과 달리 삼성전자만 공급을 유지하고 투자를 진행하는 등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점유율 1위 업체’인 삼성전자가 이번 불황을 이용해 경쟁사와의 격차 확대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1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의 11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평균 2.21달러로 지난해 9월 고점(4.1달러)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낸드플래시 범용제품의 평균 가격도 4.14달러로 전년 동월(4.81달러)보다 13.9% 하락했다.

내년에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더욱 하락하고 재고는 늘어나 업황이 한층 더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내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매출이 올해보다 16.2%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는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재고가 증가 추세를 유지하고 내년 하반기쯤 가격이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내년 인프라·설비투자도 기존 계획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반도체 시황 침체로 주요 경쟁사들이 일제히 반도체 공급을 줄인 것과 다른 모습이다. SK하이닉스는 내년 메모리 투자 규모를 올해의 절반 이상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했으며 미국의 마이크론도 적극적인 감산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과거와 똑같은 반도체 불황기지만 당시와는 양상이 크게 다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모든 반도체 기업이 공급을 늘리는 ‘치킨게임’이 벌어졌고, 2011~2012년·2015~2016년 다운사이클 때는 모두가 공급을 축소해 불황을 탈출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급 조절을 시작한 대부분 기업과 달리 삼성전자만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현재 메모리 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가 굳이 무리해서 불황에 대응하지 않는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업황 부진으로 당장 적자 위기에 처한 경쟁사들과 달리 D램·낸드플래시 수익성이 업계 1위고 3분기 기준 가용 현금(단기금융상품+현금성자산)도 128조원에 달하는 만큼 불황에 버틸 수 있는 여력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적자 탈출을 위해 공급을 줄여야 하는 ‘외통수’에 빠진 경쟁사들과 달리 이번 불황이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확대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도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원사이드 게임”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공급 유지’ 공세에 경쟁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추가 감산에 나서는 상황이다. 최근 마이크론이 내년 D램·낸드플래시 생산공정에 투입하는 웨이퍼의 감산 폭을 기존 5%에서 20%로 추가 확대한 게 대표적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감당했어야 할 감산량을 마이크론이 떠안았다는 해석이 많다.

메모리 업황이 회복세로 돌아서는 내년 하반기에는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현대차증권은 2024년 삼성전자의 D램·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이 각각 45.7%·35.7%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삼성전자의 D램·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40.7%·31.4%다. 각각 5.0%p·4.3%p씩 확대된다는 얘기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불황은 1등 기업들에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2017~2018년·2020~2021년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지나며 마이크론 등 후발주자들이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높인 와중에 이번 불황이 발생한 건 삼성전자 입장에선 기회라고 볼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위기 시기에 단행한 투자가 수요가 반등하는 때를 만나면 시장지배력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