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시장 경색의 여파로 기업들의 어음부도율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부도업체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중소기업의 대출금리도 5%를 넘어서면서 이자 부담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0월 전국의 어음부도율은 0.20%로 9월(0.26%)에 이어 매우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어음부도율은 기업 자기앞수표와 당좌수표, 약속어음 등 어음교환소에 회부된 전체 어음·수표 중 부도 처리된 금액의 비율을 뜻한다. 9월의 어음부도율은 2017년 6월(0.28%) 이후 5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10월 부도율 역시 9월을 제외하면 2018년 5월(0.22%) 이후 가장 높다. 어음부도율은 7월 0.01%, 8월 0.02%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지만 9월 들어 갑자기 열 배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이는 9월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자금시장 경색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로 인해 회사채 발행 시장이 얼어붙고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도 상승하면서 갑작스런 유동성 부족을 겪게 된 기업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어음부도율이 치솟으면서 부도 기업도 크게 늘었다. 부도 업체 수는 8월 9곳에서 9월 13곳으로 늘었고 10월에는 20곳으로 더 증가했다. 부도 금액도 8월 373억 원에서 9월 4678억 원으로 급증한 뒤 10월에도 3923억 원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대출금리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평균 대출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10월에 연 5.49%로 2012년 8월(5.50%)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해 10월(3.14%)과 비교하면 1년 새 2.35%포인트 급등했다.
중소기업 대출 중 금리가 5% 이상인 대출의 비중도 69.5%로 1년 전인 지난해 10월(3.0%) 대비 23.2배로 커졌다. 5% 이상 대출 비중은 올해 5월(7.7%)만 해도 한 자릿수였지만, 6월 12.3%에 이어 7월 20.7%, 8월 28.8%, 9월 40.6% 등으로 급격히 상승했다.
대출 이자와 함께 잔액도 불어났다. 올 10월 말 현재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952조6000억 원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12월 말보다 235조9000억 원 늘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동성 위기에 따라 경쟁력 있는 기업이 ‘흑자 도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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