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기술의 만남〈下〉
아이디어 기획 구현 → 전시-공연 → 우수작 보완-유통
창작환경 개선 위해 제도적 지원… 신형섭-정찬민-연성 등 선정
내달 19일까지 작가 공모 이어가 “예술계 요청 담아 지속 발전 추진”
기술 발전이 빨라질수록 이에 대응하는 예술가들의 도전과 실험에 대한 제도적 지원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새로운 방식의 창작에 따르는 여러 현실적 제약들을 극복하고 자유로운 환경에서 작업하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는 ‘예술과 기술 융합 지원사업’을 통해 작가들을 돕고 있다. 내년에도 기초예술 전 분야에 걸쳐 ‘아이디어 기획 구현’ ‘기술융합 창제작’ ‘우수작품 후속지원’ 등 3가지 유형으로 지원할 작가들을 공모한다. 신청 기간은 26일부터 내년 1월 19일까지다. 내년 2월까지 심의를 거쳐 3월에 선정 작가를 발표한다.
‘아이디어 기획 구현’은 아이디어 단계에 있는 작가의 자유로운 구상을 실제로 구현해 볼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술융합 창제작’은 기술융합을 통한 완성 단계의 작품을 대상으로 다양한 공연 및 전시 등을 지원한다. ‘우수작품 후속지원’은 우수작품의 보완 및 유통 확산을 목표로 한다. 올해 ‘아이디어 기획 구현’ 지원 대상에 선정됐던 정찬민 작가는 차유나 작가와 함께 9월 서울 종로구 예술청 프로젝트룸에서 전시회 ‘오토 포이에시스의 삶’을 열었다. 빠르지는 않더라도 고유의 성장 속도를 지닌 ‘디 타디그레이드’라는 디지털 공간 속 가상의 생물을 양육하는 과정을 구현했다. 자본주의적 성장 추구와 달리 자신만의 고유성을 유지하는 삶에 대한 모색을 시도했다.
같은 부문에 선정됐던 연성, 김민아 작가는 지난달 서울 마포구 WRM SPACE에서 ‘D: D-D-D’전을 열었다. 수치로만 발표되는 미세먼지의 이면에 있는 기술적 정치적 사회적 맥락을 살펴보고 표현했다. 미세먼지에 대한 연구, 센서의 개발에 직접 나서고 국내 미세먼지 측정 장소를 탐방해 ‘측정 과정을 측정’한 내용과 결과물을 영상 책자 기록물 등으로 전시했다. 인간과 기술을 매개하는 예술가의 입장에서 환경적 요인들에 대한 맥락을 새로 살피는 ‘아티스틱 리서치’를 진행했다.
‘기술융합 창제작’에 선정됐던 신형섭 작가는 10월 서울 종로구 JJ중정갤러리에서 전시회 ‘매크로스코프’를 열었다. ‘미디어고고학’을 주제로 한 이 전시에서 그는 양면 스크린을 통해 한쪽에서는 16세기 매직랜턴 등 고대의 기술을 통한 화면을 보여주고 다른 쪽에서는 현대의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애니메이션을 보여주었다.
그는 묻혀 있던 과거의 미디어 기술 및 장치에 대한 고고학적 탐구와 빠르게 발전하는 현대 기술에 대한 연구를 병행해 이들을 하나의 작품 속에서 연계시켰다. 그의 작업은 기술 융합을 통해 그 영역을 과거와 현대 양방향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옛것과 새것의 융합을 통한 창의성의 추구는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예술이 새 기술을 받아들이며 변화해 가는 과정과도 닮아 있다. 신 작가는 “예술과 기술은 씨줄과 날줄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에서 예술과 기술 융합이 더욱 집약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그 이유는 “첨단 기술을 지닌 기업들이 밀집해 있고, 국민들의 관심도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기술융합지원사업에 대해, 구상 단계에만 머물 수 있었던 작품들을 여러 제도적 지원을 통해 실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계자는 “새로운 예술 창작의 지평을 개척하기 위해 과학기술이 예술과 만나 창의성과 표현 확대를 추구하는 예술과 기술융합 지원 사업을 추진해 왔다”며 “신진 예술인들의 실험적 활동 무대로 각광받고 있는 ‘아이디어 기획 구현 지원’ 사업을 비롯한 3단계 창작지원 사업을 예술계의 목소리를 담아 계속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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