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0%를 기록하며 4개월 연속 5%대에 머물렀다. 상승 폭은 지난 4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둔화했다.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과 외식 등 개인서비스, 전기·가스·수도 가격이 강세를 보였으나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물가는 오름세가 약화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 폭이 축소된 모습이다. 물가 상승세는 한 풀 꺾인 모양새지만, 상당 기간 5% 내외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면서 고물가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10(2020=100)으로 1년 전보다 5.0% 오르며 넉 달 연속 5% 상승률을 보였다. 같은 달 기준으로는 1998년 이후 24년 만에 최대 상승률이다. 전월보다는 0.7%포인트(p) 축소됐다.
계절적 요인 등을 고려해 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하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5개월 연속 3%대를 보이더니 3월(4.1%), 4월(4.8%) 4%대에 이어 5월(5.4%)에는 5%대로 올라섰다.
6월(6.0%)과 7월(6.3%) 6%대까지 치솟았던 물가상승률은 8월(5.7%), 9월(5.6%) 두 달 연속 둔화했다가 10월(5.7%) 다시 확대됐지만, 지난달 오름세가 큰 폭으로 축소됐다.
품목별로 보면 상품과 서비스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6.1%, 4.1% 상승했다. 상품 중 농축수산물 물가는 0.3% 오르는 데 그쳤다. 전월(5.2%)과 비교하면 오름폭이 크게 둔화된 셈이다.
채소류 가격이 2.7% 하락하면서 농산물 물가도 2.0% 내려갔다. 양파(27.5%), 무(36.5%), 감자(28.6%) 등은 올랐지만 쌀(-10.0%), 오이(-35.3%), 상추(-34.3%), 호박(-34.9%), 사과(-8.0%), 고구마(-13.5%) 등 가격은 떨어졌다.
축산물 가격은 1.1% 오르는 데 그쳤다. 돼지고기(2.6%), 닭고기(10.2%)는 올랐으나 국산 쇠고기(-2.4%) 가격은 내려갔다. 고등어(8.3%), 오징어(15.2%) 등이 오르면서 수산물 물가 상승률은 6.8%를 기록했다.
공업제품은 5.9% 상승했지만, 전월(6.3%)보다 오름세가 둔화했다. 경유(19.6%), 등유(48.9%)는 올랐으나 휘발유(-6.9%), 자동차용 LPG(-3.2%) 등이 하락하면서 석유류 가격이 5.6% 오르는 데 그쳤다. 전월 상승률(10.7%)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크게 작아졌다. 반면 빵(15.8%), 스낵 과자(14.5%) 등 가공식품 물가는 9.4% 오르며 같은 달 기준으로 2008년(15.6%) 이후 최대 상승했다.
전기·가스·수도 요금 가격 상승률은 23.1%를 보였다. 도시가스(36.2%), 전기료(18.6%), 지역 난방비(34.0%) 가격 상승이 모두 반영되면서다.
서비스 물가 중 공공서비스 물가는 0.8% 올랐다. 유치원 납입금(-19.1%), 사립대학교 납입금(-0.8%) 등은 하락했으나 외래진료비(2.3%)와 국제항공료(14.1%)가 상승했다.
개인서비스 물가는 6.2% 올랐다. 이 중 생선회(9.0%) 등 외식 물가는 8.6% 올랐다. 전월(8.9%)보다는 상승률이 둔화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외식 외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4.5%를 기록했다.
집세는 전세(2.2%)와 월세(0.8%)가 모두 오르면서 1.6% 상승했다.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보다 5.5% 상승했다.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의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0.8% 올랐다. 지난 3월(-2.2%) 이후 상승 폭이 가장 작았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4.8% 상승했다. 같은 상승률을 기록한 10월을 제외하면 2009년 2월(5.2%) 이후 13년 9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전년보다 4.3% 올랐다. 2008년 12월(4.5%) 이후 13년 11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우유 가격 인상에 따른 가공식품 물가 상승세와 지난해 12월 국제유가가 낮은 점을 고려해 석유류 가격 오름세가 확대될 가능성은 있지만, 농축수산물 가격 하향 안정세가 지속되고 개인서비스 가격도 안정되면서 지금 수준에서 물가가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경기 둔화 우려가 증대되는 상황에서 수요 측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과 올해 상당히 높았던 물가 역기저 효과까지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물가는 지금보다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기대했다.
기획재정부는 11월 물가와 관련해 “서민 생활과 직결된 생활물가지수가 식품물가 중심으로 가격 오름세가 큰 폭 둔화된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면서 “연말·연초 제품가격 조정,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에 따른 물류 차질 등 대내외 리스크가 여전히 잠재돼 있어 예의주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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