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 김치로 중국산 김치 몰아낸다’ … 충북도의 유쾌한 반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5일 14시 40분


“못 생겼지만 맛있는 김치가 왔어요, 왔어.”

충청북도가 김장철을 맞아 ‘김치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배추를 활용해 만든 ‘못난이 김치’의 첫 출하식이 열렸다. 1일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김치제조업체 예소담에서 생산된 못난이 김치 300박스가 트럭에 실려 납품됐다. 이날 출하된 20t 물량의 못난이 김치는 충북도청 및 산하기관의 구내식당, 대한적십자사 등에 공급됐다.

못난이 김치는 제때 수확하지 못했거나 겉모양이 못생긴 배추를 사들여 김치제조업체들에서 제조하는 방식이다. 배추가격 폭락, 김장 기피 등으로 판로가 어려운 배추 재배 농가와 김치제조업체를 연결해 안정적인 생산 유통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 충북도의 계획이다. 판매 가격은 시중에서 접하는 국산 김치보다 저렴하게 책정됐다. 못난이 포기김치는 10㎏ 3만 원, 맛김치는 10㎏ 2만 원 선이다.

최근 충청북도 청주시의 김치제조업체에서 열린 ‘못난이 김치’ 첫 출하식. 충북도청 제공

못난이 김치는 음식점 등 외식업체들에게 공급된다. 전국 식당으로 판로를 확대하기 위해 충북도는 지난달 말 한국외식업중앙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도내에서는 못난이 김치 생산을 반기는 곳이 많다. 농가는 미수확 배추의 판로를 확보할 수 있어 좋고, 식당은 일반 국산김치보다 저렴한 가격에 김치를 공급받을 수 있다. 김치제조업체들은 안정적인 주문량을 확보할 수 있다. 배추 수확 작업에 도시의 유휴인력을 영입해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못난이 김치는 7월 민선8기 도지사로 당선된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취임 후 역점을 두는 사업이다. ‘못난이 김치’라는 브랜드명도 김 지사가 직접 고안했다. 김 지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충북 괴산군 등에서 열린 김장체험 행사에 참석했을 때 농가의 안타까운 현실을 접하고 가슴이 아팠다”며 “중국산 저가 김치의 공세를 막아내는 데 충북의 못난이 김치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지사는 김치의 정체성을 사수하고 농민들의 자존심을 살리자는 차원에서 못난이 김치 사업을 ‘김치 의병운동’이라고 명명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대상 연설에서 ‘김치 의병운동’에 관해 설명하는 김영환 충북도지사. 충북도청 제공


국내 연간 김치 시장 규모는 84만9000t(2019년 기준)이며 중국산 김치가 시장의 36%를 차지하고 있다. 국산 김치 평균 생산원가는 1㎏ 2400원에서 상승 중이지만 중국산은 1㎏ 500원에서 지속 하락하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일반 국산 김치에 비해 저렴하다는 것과 중국산 김치에 비해 맛과 위생이 뛰어나다는 것이 못난이 김치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충북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못난이 배추를 수거해 김치 제조에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못난이’를 브랜드화해서 김치뿐 아니라 다른 과일 채소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