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흑연 음극재 6년간 공급 계약
전기차 배터리 4대 소재중 하나
그동안은 중국이 사실상 시장 독점
“북미-유럽 음극재 사업도 추진”
포스코케미칼이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배터리 합작사 얼티엄셀즈에 약 1조 원 규모의 인조흑연 음극재 공급 계약을 맺었다. 한국 기업이 해외에 음극재를 수출한 첫 번째 사례다.
포스코케미칼은 5일 2023∼2028년 경북 포항공장에서 생산한 인조흑연 음극재를 얼티엄셀즈에 공급한다고 공시했다. 6년간 공급할 규모는 9393억 원어치다.
지난해 12월 준공된 포항공장은 연간 생산 8000t 규모의 국내 첫 음극재 생산 설비다. 음극재는 배터리 4대 소재(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중 하나로, 리튬이온 배터리 원가의 약 10%를 차지한다.
인조흑연 음극재는 배터리 충전 속도를 높이고 수명을 늘리는 특성이 있어 전기차 배터리에 주로 사용된다. 천연흑연 음극재는 에너지 저장 용량에 강점이 있으나 짧은 수명 탓에 시장에서 밀려나는 추세다. KOTRA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에서 인조흑연 음극재의 비중은 약 83%다.
음극재는 석탄을 원료로 하는 코크스를 만들 때 부산물로 나오는 콜타르를 고온 건조시킨 침상코크스로 만든다. 이 때문에 석탄 광산이 많은 중국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왔다. 중국흑연탄소망(ICC)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음극재 원자재의 95%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중국의 음극재 시장점유율은 92%, 이 중 인조흑연 음극재의 경우도 84%나 된다. 한국과 미국의 중국산 음극재 의존도는 각각 66%, 42%나 됐다. 중국으로부터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음극재 생산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포스코케미칼은 포항공장 건설과 이번 공급계약 체결로 음극재 국산화는 물론이고 해외 수출의 물길을 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포스코케미칼은 침상코크스를 탄소 소재 자회사 피엠씨텍에서 공급받을 수 있어 원료부터 최종 소재까지 전 과정을 내재화했다.
업계에서는 포스코케미칼의 음극재 국산화와 수출 성공의 배경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의 협력이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소재의 중국산 비중을 낮추고자 2020년부터 포스코케미칼과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기술 확보에 나섰다. 2020년 제3차 소부장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협력모델로 선정돼 국비 100억 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포스코케미칼은 음극재 원료를 확보하고 가공 공법을 적용했으며, LG에너지솔루션은 음극재 성능을 높이기 위해 원료와 설비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공정에 대한 세부 가이드를 제시했다.
포스코케미칼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에 따라 중국산 외 배터리 소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생산 규모를 더욱 늘려갈 예정이다. 포스코케미칼은 “자동차업체, 배터리업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북미, 유럽 음극재 사업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케미칼은 현재 연산 약 8만2000t인 천연 및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 능력을 2030년 32만 t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과 포스코케미칼의 기술 확보를 통해 미 IRA 관련 대응이 더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포스코케미칼은 얼티엄셀즈와 앞서 대규모 양극재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5월 GM과 캐나다에 양극재 합작사 얼티엄캠을 설립하는 등 올해 7월까지 약 21조 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