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터 리스터 전 독일 노동사회부 장관(79·사진)은 지난달 14일(현지 시간) 독일 남부 이즈니 자택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2001년 공적연금 지급액을 줄이고 사적연금인 ‘리스터연금’을 도입한 독일의 연금개혁은 그의 손에서 이뤄졌다. 당시 개혁에 대한 반발로 이듬해 장관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후회는 없다”고 했다.
그는 “기존 제도를 유지하려면 미래세대가 과도한 부담을 짊어질 수밖에 없었다”며 “단기적으로 공적연금 지급액이 줄지만 장기적으로는 연금의 지속 가능성과 노후 소득 안정성을 함께 높이는 개혁이었다”고 했다.
리스터 전 장관이 리스터연금을 만들 때 가장 공을 들인 건 “소득에 관계없이 누구나 들고 싶은 연금”이었다. 가입하고 싶을 만큼 정부 지원금을 주면서도 소득이 낮을수록, 자녀가 많을수록 혜택을 더 많이 받도록 설계했다.
리스터 전 장관은 한국의 연금개혁 움직임과 관련해 “연금 제도만큼은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데 ‘덜 내고 더 받는’ 공적연금 구조는 불가능하다”며 “이를 설득하는 작업을 여야가 함께 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또 “최근 디지털화 등으로 노동시장이 급변하는 만큼 이를 고려해 연금 제도의 장기 방향성을 잡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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