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는 ‘아시아의 한국인 2022’ 행사를 열었는데요, 실제 베트남, 일본, 인도 등에서 창업을 하거나 커리어를 이어나가고 있는 한국인들이 연사로 참석한다기에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현장으로 달려가 봤습니다. 이번 스테파니에서는 이날 나온 내용을 현지 문화를 중심으로 전해드리려 합니다.
(스테파니는 ‘스’타트업과 ‘테’크놀로지를 ‘파’헤쳐보‘니’의 준말입니다.)
●신뢰관계가 중요한 일본
‘창업가 세션’의 첫 연사로 나온 최대헌 달콤소프트 일본지사장은 일본에서의 비즈니스 성공 포인트로 ‘신뢰관계를 잘 쌓기’를 강조했습니다. 최 지사장에 따르면 그 신뢰관계는 ‘정말 하나씩 쌓아나가는 게 중요’하다는데요. 신뢰를 쌓는 데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첫 번째로는 한국회사와 일본 현지 파트너 회사, 혹은 소비자와의 신뢰관계를 쌓는 것을 꼽았습니다. 일본에서 서비스를 개시하기 위해 파트너들에게 소개할 때 많이 받는 질문은 ‘정말 실적이 있느냐’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사실 처음 서비스를 시작하는데 실적이라는게 있기가 힘들잖아요? 그래서, 한국에서 먼저 실적을 만들어나가고 평판이 좋은 파트너를 통해 소개를 받는 등의 활동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두 번째로는 각 기업의 담당자간 신뢰관계가 중요하다고 꼽았습니다. 예컨대 중요한 미팅에 갔는데 한국 담당자가 일본어를 못하고, 동행한 통역사마저도 업계에 대해 잘 모르면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믿음을 잘 못 줄 수 있다고 합니다. 미팅을 할 때는 사소한 부분이라고 여길 수 있는 것들을 잘 챙겨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일하는 방식에서의 신뢰관계입니다. 한국과 일본이 비슷한 부분도 많지만 일을 추진하는 스피드, 계약서 양식, 메일 주고받는 방식 등이 다르다고 합니다. 파트너십을 잘 구축하고 긍정적인 결과를 얻으려면 결국 서로를 이해시키고 납득시키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하네요.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는 14억 인구의 나라, 인도
한득천 리메세코스메틱 대표는 인도에서 사업을 할 때는 보다 세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짚었습니다.
인도는 나라 규모가 크다보니 14억 인구 안에서도 지리적 이질성으로 인해 언어 문화 생활양식 등이 다양하고, 각각 나름의 마켓이 있다고 하는데요. 국토의 모양도 위아래로 긴 마름모꼴이다보니 기후도 다르고, 북방계 인구는 골격이 크고 피부톤이 밝아 유럽사람과 비슷한 외모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한 대표는 “(인도에서 사업을 할 때는) 어떤 인구를 대상으로 마켓 사이즈를 가늠할 것인지 지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인도에서 사업하기 어려운 점으로 ‘까다로운 세관 프로세스’를 꼽았습니다. 우선 인도에서는 ‘핸드캐리(사람이 직접 국제화물을 운송)’가 불가능한데요. 무조건 정식 통관을 거쳐야 마켓플레이스에 등록도 하고 납품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관세, 비관세 장벽 모두 높아 비용과 시간을 미리 투자해야 한다고 하네요. 세관 프로세스도 매번 까다로워서, 일반 공산품을 제외하고는 식품 화장품 등도 허가 대상입니다.
현재 인도에서는 배송 서비스가 난제라고 합니다. 배송비는 현금으로 지급하고, 주소 시스템은 체계화되지 않았다고 하고요.. 또 델리는 바로 앞에 있는 자동차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스모그가 심하고, 날씨가 덥다보니 피부에 열이 많아져서 피부트러블이 많이 생긴다고 합니다. 특히 일부 지역은 한여름 기온이 섭씨 45~50도까지 치닫기도 하는데, 에어컨 보급률은 낮아서 제품 아이디어를 낼 때 이런 부분을 고려하면 도움이 될 거라고 한 대표는 조언했습니다.
●남북 분위기 다른 베트남
세 번째 연사로 나선 이원득 핀투비 공동창업자 겸 부사장은 “동남아시아를 하나의 시장으로 보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마치 한국과 일본을 같은 시장으로 여길 수 없는 것처럼, 동남아 국가들 간에도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같은 베트남 안에서도 사이공과 호치민, 하노이는 서로 다른 나라라고 느껴질 정도로 다르다고 합니다.
현지 국가의 규제도 사업을 할 때 중요한 요소입니다. 특히 핀테크의 경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다보니 규제가 뒷받침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관련 규제가 이제 막 생겨나기도 합니다. 해외 기업일수록 현지 법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그 과정에서 수개월의 시간을 낭비하게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 부사장은 “스타트업이 개인적으로 만날 수 있는 사람과, 우리나라 정부기관이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다르다”며 “해외에 나갈 때 (규제) 관련 계획을 세우고자 한다면 정부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베트남 문화에 대한 이해도 사업에 있어서 중요한 영역인데요. 우리나라 사람과 베트남 사람 간 시간 개념이 달라서 우리나라 문화 기준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고 합니다. 또 커뮤니케이션 방법도 중요한데, 회의 중 구두로 전달한 지시사항에 대해서는 책무라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서 항상 회의록을 쓰고 이메일로 전달하는 등의 방법이 필요하고요. HR과 관련해서도 한국에서는 ‘고용 계약서에 이런 내용까지 써야하나’라고 생각할법한 부분들을 베트남에서는 고용계약서에 철저히 써야한다고 합니다.
‘커리어 세션’의 첫 연사로 나온 조태문 다우키움이노베이션 CSO도 베트남에 대해 비슷한 측면들을 짚었는데요. 조 CSO는 “베트남에서는 계약에 나온 대로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역시 베트남 안에서 북쪽과 남쪽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북쪽은 중앙정부가 있어서 법률을 엄격하게 지키고 단속도 많은 반면, 호치민 등 남쪽은 좀 더 유연하다고 합니다. 예컨대 호치민에서는 자본금이 작아도 창업을 승인해주는 반면 북쪽에서는 같은 자본금에 대해 ‘이걸로 정말 비즈니스가 되냐’며 보충자료 소명을 요구한다고 하고요.
또 사상적으로 강력하게 노동자를 보호하다보니 직원을 해고할 때는 1~4개월, 나아가 6개월이 걸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매년 한달치의 월급을 한 번 더 받는 ‘13번째 월급’이 있다보니 하반기에 이직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폐업은 ‘3년 전에 신청했는데 아직도 청산이 안 될 정도로’ 오래 걸리기 때문에 법인 설립을 할 때 다른 기관이나 파트너, 마켓을 보며 신중하게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기사 내 언급된 연사 및 소속 기업 소개
△최대헌 달콤소프트 일본지사장 ‘달콤소프트’는 정상급 K팝 아티스트의 음악을 원음으로 플레이 할 수 있는 모바일 리듬게임 SUPERSTAR 시리즈를 개발 및 서비스 중. 최 지사장은 일본의 게임업계에서 모바일 게임의 해외진출 및 퍼플리싱을 담당했고, 2020년부터는 달콤소프트 재팬을 설립해 대표를 역임. 음악과 모바일 게임을 접목한 SUPERSTAR 시리즈의 현지화에 주력 중.
△한득천 리메세코스메틱 대표 ‘리메세’는 인도 내 2030 세대를 타깃으로 한국 뷰티 브랜드를 인도에 론칭, 유통하는 스타트업. 한 대표는 2016년부터 캐리어에 샘플을 싣고 인도 전역을 발로 뛰며 유통사들에게 K-뷰티가능성을 설파. 현재 메이저 이커머스 및 백화점 체인 그리고 인도 시총 1위인 Reliance Group의 신규 사업 파트너로서 유통 저변을 넓혀가는 중.
△이원득 핀투비 공동창업자 겸 부사장 ‘핀투비’는 공급체인 금융(Supply-Chain Finance; SCF)를 통해 혁신적인 자금조달 솔루션을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 싱가포르 법인, 베트남 법인 설립을 통해 동남아시아 진출을 가속화하는 중. 이 부사장은 현재 핀투비에서 해외파트너십을 담당하고 있음.
△조태문 다우키움이노베이션 CSO 조 CSO는 한국 4번, 미국 1번, 베트남 3번 등 8번의 스타트업 창업과 폐업을 경험. 현재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체류하며 다우키움 그룹의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 사업을 전략 총괄 중. 주로 그룹 내 블록체인 신사업과 동남아 초기 기업 투자 업무 일부를 담당.
현지 문화를 파악하는데 조금 도움이 되셨을까요? 연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정작 가까이에 있는 아시아권 국가들의 문화 및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요즘 아시아권의 다양한 국가로 진출하는 한국 스타트업이 많은데, 새삼 ‘참 어려운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구나’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세계로 널리 뻗어나가는 한국 스타트업들의 선전을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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