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총파업) 사태가 2주일째 접어들며 산업계 피해도 3조5000억원을 넘긴 것으로 7일 파악됐다.
산업별로 △철강 1조2000억원(5일 기준) △석유화학 1조173억원(4일 기준) △정유 5185억원(4일 기준) △자동차 3462억원(4일 기준) △시멘트 1180억원(6일 기준) 순이다. 최근 기준으론 출하차질 규모가 3조5000억원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파업이 장기화되며 산업계 피해도 누적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시멘트 분야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으나, 정유·화학 등 다른 업계로까지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건설공사 중단으로 인한 피해도 급격히 누적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전국에서 시행 중인 공공주택건설 공구 총 244곳 중 공사차질을 빚고 있는 곳이 147곳(71.3%)에 달한다고 밝혔다. 중단으로 인한 공기연장 간접비용 및 입주지연 보상금은 하루 최대 약 46억원을, 한달간 중단될 경우 약 1400억원에 달하는 피해가 예상된다.
민간 피해신고 센터에는 피해 신고가 속속 접수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6일 기준 파업 관련 피해 신고가 82개사에서 139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지난 5일 ‘피해접수센터’를 설치·운영하기로 했다.
이에 업계는 파업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에 나섰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건설업계의 피해 보전을 위해 손해배상청구소송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고, LH도 피해 발생시 손해배상청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도 최근 손해배상 소송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국토부는 공공기관이 화물연대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정부가 지원할 수 있다는 보도에 대해 “지원할 부분이 있으면 지원한다는 의미다”고 밝힌 바 있다. 이창양 산업통산자원부 장관은 “무역협회 등에서 검토 중인 중소화주의 손해배상 소송 지원방안도 다른 협단체로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민간이 아닌 정부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직접적으로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화물파업으로 인한 직접적 손해를 손해배상 청구할 수 있지만, 직접적 피해자가 정부가 아닌 화물주 등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법무법인 홍익 이헌 변호사는 “화물파업으로 인한 직접 피해자는 화물주 등으로, 정부가 일반적 피해자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정부는 화물파업으로 인해 입은 직접적 손해 부분만을 손해배상 청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업체 또한 개별 노동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에 나서기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정기적인 계약이 아닌, 개인사업자 대상 건건의 발주라 단순히 업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까지 나서기는 힘들다는 의견이다. 이에 정부가 형사·행정적 부분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광야 양태정 변호사는 “정기적으로 계약이 돼 있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업무를 안한 것이라면 다르지만, 각 계약을 건건마다 발주를 하는 구조라 이걸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업무개시명령을 받았는데도 파업을 이어간 부분에 대해 형사처벌, 면허 정지 취소 등 행정적 부분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며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는 다툴 여지도 크고, 건건마다 사안이 달라서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국회에서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 의견이 갈리고도 있는 점도 정부에는 부담이다. 파업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손해배상 청구를 나설 경우, 입법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정부가 국회를 무시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노란봉투법에는 파업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가압류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와 여당은 노란봉투법이 불법파업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현행법에서도 정당한 파업으로 인한 손해는 민형사상 책임이 면제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이 169석의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이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쟁점 법안들을 상임위에서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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