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와 입주자 대표회의에 대한 행정조사가 7일 시작됐다. 정부와 지자체가 재건축 조합이 아닌 추진위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와 입주자대표회의 운영 적정성을 감독하기 위한 관계기관 합동 행정조사가 이달 7일부터 16일까지 실시된다.
이번 조사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C노선이 은마아파트 지하를 지나가는데 대해 추진위 등 일부 아파트 주민들이 벌이고 있는 반대 시위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추진위는 “GTX C노선이 노후화된 은마아파트 지하를 관통하면 안전 문제가 있다”며 단지 우회 노선을 요구하고 있다. 발파 작업이 진행되면 지반 안정성에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GTX는 지하 60m 이상 대심도 공사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사는 발파가 아닌 TBM(Tunnel Boring Machine·터널 굴착기) 공법으로 한다”며 “TBM은 회전 커터로 터널 전 단면을 절삭하거나 파쇄해 굴착하는 기계로, 발파보다 진동과 소음이 적다”고 반박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최근 은마 주민들을 만나 “수도권 교통난 해소를 위한 국가사업에 불안감을 확산시키며 방해하고 선동하는 행동을 용납할 수 없다”며 “국토부가 행사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국토부는 추진위 등이 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 등 공금을 반대 시위에 위법하게 사용했는지 중점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추진위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노선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 계열사다.
국토부 등에 따르면 최근 집회 참가자에게 참가비 5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전단이 은마 주민들에게 게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매일 200~300명이 대형버스를 타고 집회장소에 오고 있다. 모두에게 참가비를 준다면 하루 1000만 원 이상이 필요한 셈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추진위가 집회 자금 마련에 장기수선충당금 등의 공금을 위법 사용 했는지 점검한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 잔고는 지난해 말까지 100억 원 이상이었다가 올해 10월 말 기준 56억 원으로 급감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시위 예산을 산정해 주민 동의서를 받고 있고 집행은 아직 안 했다”며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동주택관리법상 장기수선충당금을 법적 용도 외 사용하면 업무상 횡령 또는 배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