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전문인력 매년 1500명 퇴직, 中이어 美업체 영입 경쟁… 기술유출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9일 03시 00분


[특허소송에 발목잡힌 반도체]
양향자 “마이크론 232단 낸드 양산
어떻게 삼성-SK보다 앞섰겠나”
퇴직기술자 해외유출 방지대책 시급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는 대규모 인재 유출도 심각한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최근 자국 위주의 공급망 구축을 최우선 정책으로 펴고 있는 미국이 반도체 인재 및 기술 유출 대상이 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제 중국이 문제가 아니라 미국을 걱정해야 할 때”라는 말도 나온다.

8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반도체·디스플레이 회사에서 매년 퇴직하는 인원만 1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급 중에서도 승진이나 재계약에 실패해 회사를 나가는 경우가 많다. SK하이닉스(1일)와 삼성전자(5일)가 연달아 임원 인사를 내면서 당장 짐을 싸게 된 임원들도 상당수다.

최근 반도체 업계 퇴직자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인기가 갈수록 커진다고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민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해외 전문 인력 유치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자국 반도체 기업을 적극 키우기로 하면서 한국 인력들이 타깃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대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연봉의 3배, 5배 등을 제시하면서 한국 반도체 인력들을 무더기로 데려가며 사회적 문제가 됐다. 중국은 실제 이를 발판 삼아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무섭게 한국을 추격하고 있다. 이제 미국이 그 바통을 이어받아 반도체 강국인 한국 인력들을 노리기 시작한 것이다.

양향자 의원(무소속)은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 전쟁 시대, 특허로 본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 세미나에서 “미국 마이크론이 어떻게 삼성전자, SK하이닉스보다 먼저 232단 낸드플래시 양산에 성공할 수 있었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사실상 국내 인력 유출의 결과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손승우 지식재산연구원장은 “기술 유출 주체의 53%가 퇴직자이고, 퇴직자당 피해액은 430여 억 원으로 추정된다”면서 “퇴직 기술자의 해외 유출이 산업 붕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들은 퇴직자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긴 하다. SK하이닉스가 2018년 60세 정년을 넘긴 뒤에도 일할 수 있는 ‘기술 전문가’ 제도를,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우수 인력에 대해 정년을 두지 않는 ‘시니어 트랙’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효과는 물음표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냉정하게 말해 A급 인재들에게 거액을 제시하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국내 반도체 전문인력#퇴직#기술유출#기술 전문가#시니어 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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