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둔화와 수출 부진 등의 여파로 10월 상품수지가 한 달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상품수지를 포함한 전체 경상수지는 간신히 흑자를 유지했지만 상당 기간 불안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경상수지는 8억8000만 달러(약 1조1600억 원) 흑자로 집계됐다. 두 달 연속 흑자를 이어갔지만 흑자 규모는 지난해 10월(80억1000만 달러)에 비해 71억3000만 달러 급감했다.
특히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가 1년 전보다 61억 달러 줄며 14억8000만 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상품수지는 올 7월 10년 3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선 뒤 9월 가까스로 흑자에 성공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적자로 주저앉았다.
상품수지를 뒷받침하는 수출이 525억9000만 달러로 지난해 10월보다 6%(33억6000만 달러) 감소한 영향이 크다. 수출은 앞서 9월 23개월 만에 처음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한 뒤 두 달째 뒷걸음질쳤다. 상품수지와 무역수지는 모두 상품 수출과 수입의 차액을 뜻하지만, 상품수지는 상품 소유권 이전을 기준으로 통계를 내 관세청의 통관 기준으로 하는 무역수지와 차이가 있다. 무역수지는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적자다.
수출 품목별로 보면 글로벌 경기 둔화와 정보기술(IT) 경기 부진으로 반도체(―16.4%), 화학공업제품(―13.4%) 등이 크게 줄었다. 지역별로는 중국(―15.7%), 일본(―13.1%)으로 수출이 부진했다. 반면 10월 수입(540억7000만 달러)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1년 전보다 8.5%(42억2000만 달러) 늘었다.
이에 따라 올해 1~10월 누적 경상수지는 249억9000만 달러 흑자지만, 흑자 폭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4억3000만 달러 줄었다. 경상수지가 11월이나 12월 다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상수지는 올 4월과 8월 적자를 보인 바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력 수출 분야인 반도체 경기 부진 등으로 내년에도 경상수지가 개선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했다.
정부도 경상수지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비상경제차관회의를 열고 “이번 달 경상수지 적자 전환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2개월 연속 흑자가 지속됐다”며 “글로벌 경기 둔화, 국내 물류 차질 등 수출 불안 요인이 상당해 당분간 월별로 경상수지의 높은 변동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상수지 적자는 국가 신용도를 떨어뜨리고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물가 부담을 더 키울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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