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00여 채 규모 대단지인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올해 이 단지의 전월세 계약 1061건 중 월세거래는 636건(59.9%)였다. 10건 중 6건 꼴로 월세거래였던 셈이다. 이 단지에서 월세 거래량이 전세 거래를 역전한 것은 2018년 입주 이후 처음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금리 급등으로 은행에 대출 이자를 갚는 것보다 집주인에게 월세를 직접 지불하는 것이 유리하다보니 월세 선호 현상이 뚜렷해졌다”며 “최근에도 세입자들이 월세를 더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708채 규모 단지 ‘청담자이’도 마찬가지다. 올해 전월세 계약 166건 중 월세 거래가 92건(55.4%)으로 지난해 40%에서 크게 올랐다. 월세 거래량은 같은 기간 48건에서 92건으로 2배 가까이 올랐다. 은평구 응암동에 있는 2569채 규모 ‘녹번역e편한세상캐슬’에서도 월세 거래 비중이 지난해 29%에서 올해 42%로 껑충 뛰었다.
금리 급등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커지고 있다. 1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2월 현재까지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총 8만6889건으로 전체 전월세 거래량(20만8315건)의 41.7%를 차지했다. 2010년 관련 통계 공개 이래 가장 높은 비중이다.
서울 아파트 월세 비중은 2020년 평균 31.4%에서 지난해 38.5%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 처음 평균 40%대를 넘겼다. 전월세 총 신고건수는 11일 현재 작년(21만4140건)보다 적지만 월세는 이미 작년 연간 거래량(8만2405건)을 넘어섰다.
자치구별로는 종로구 월세 비중이 51.3%로 가장 높았다. 용산구 월세 비중은 지난해 36.9%에서 올해 47.7%로 10.8%포인트 오르며 가장 큰 폭으로 확대됐다. 강남구 월세 비중도 같은 기간 43.8%에서 46.4%로 증가했다.
월세 비중은 비(非) 아파트 시장에서도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11일까지 신고된 서울 연립·다세대 월세 거래량은 총 4만3129건으로 전체 연립·다세대 거래량 11만4866건 중 37.5%를 차지했다. 지난해 월세 비중인 32.8%보다 높다. 단독·다가구 주택 월세 비중은 전체 15만1625건 중 10만2047건으로 67.3%에 이른다. 지난해 이 유형의 월세 비중은 59.9%였는데 올해 60%대 후반까지 올랐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최근 현금 흐름이 원활한 세입자를 중심으로 전세금 중 일부를 월세로 돌려 이자 부담을 더는 경향이 나타난다”며 “금리 인상 기조가 꺾이기 전까지는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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