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이번 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다. 인수 조건에 대한 핵심 사항들이 확정되며 대우조선의 새 경영진 구축과 조직 개편, 사업 협력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는 방산뿐만 아니라 액화천연가스(LNG), 수소 등 에너지 사업 부문에서의 시너지에 대한 기대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대우조선 인수 본계약을 맺기 위한 막바지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계약일은 14∼16일 사이가 유력하다. 이후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등 관계 기관의 승인과 대우조선의 유상증자, 한화의 대금 납입을 마치면 모든 인수 절차가 끝난다.
대우조선 노조의 반대가 가장 큰 관문으로 꼽혔지만 고용 보장 등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며 우려했던 일정 차질은 빚지 않았다. 한화 측은 인수 주체 계열사들의 자금 여력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1조 원을 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현금성 자산은 9월 말 기준 1조8079억 원이다. 5000억 원을 내는 한화시스템은 1조87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는 총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대우조선 지분 49.3%를 확보할 계획이다.
한화그룹은 에너지 사업 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특히 크다. 대우조선에 군함, 잠수함 등 방산 기술도 있지만 에너지 부문에서 다양한 시너지를 모색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대우조선의 3분기(7∼9월) 매출액 3조4110억 원 중 방산, 원유 설비 등을 포함한 ‘해양 및 특수선’의 비중은 10.4%였다. LNG·액체화학제품 운반 등과 관련된 ‘상선’이 87.9%로 덩치가 훨씬 크다.
대우조선 인수단 총괄을 맡은 정인섭 전 한화에너지 사장이 차기 대우조선 경영진 물망에 오르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대우조선 지분 2.5%를 확보할 한화에너지는 태양광과 LNG·수소 발전에 강점을 갖고 있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사진)이 지분 50%를 보유한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이기도 하다. 한화에너지는 그룹 지주사인 ㈜한화 지분 9.7%를 갖고 있다.
한화그룹은 한화에너지를 필두로 에너지 생산과 시설 구축뿐만 아니라 유통까지 아우르는 영역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5월 프랑스 에너지기업 토탈에너지스와 연 60만 t 규모의 LNG를 15년간 직도입하는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한국남부발전,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구성한 ‘코리아 컨소시엄’이 베트남 꽝찌성 정부로부터 1.5GW(기가와트) 규모의 LNG 발전사업 투자자로 최종 선정됐다. 1.5GW는 최신형 원자로 1기 수준의 발전용량이다. 총사업비 2조5000억 원으로 2027년 준공 이후 연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가 장기 미래 먹거리로 삼는 수소도 대우조선과 맞닿는 지점이다. 대우조선은 10월 미국 에너지 저장설비 전문 기업인 CB&I와 손잡고 대형액화수소운반선 기술 개발에 나섰다. 정 전 사장은 6일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서 “LNG의 탄소배출량도 석탄의 50%라는 한계를 갖고 있어 수소와의 혼소(혼합연소) 발전으로 가야 한다”며 “한화에너지를 비롯해 한화솔루션, 한화파워시스템 등 수소 기술력을 가진 계열사들이 베트남의 에너지 전환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포럼에는 응우옌쑤언푹 국가주석 등 베트남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베트남 기업인들이 다수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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