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명품보다 새로운 옷 좋아”
콧대 높던 백화점들, 모시기 나서
신진 브랜드 14개 입점한 매장서
100일 만에 매출 30% 급상승도
신세계백화점이 내년 부산 센텀시티점에 약 6600m²(2000여 평) 규모의 ‘뉴 컨템포러리 전문관’을 선보인다. 올 8월 강남점에 문을 연 데 이어 두 번째다. 25∼35세 고객을 겨냥해 기존 영캐주얼 브랜드 대신 온라인에서 인기 높은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로만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백화점 입점 경험이 없는 신진 브랜드 14개가 한데 모인 강남점 전문관은 개장 100일 만에 재단장 이전 대비 30% 높은 매출을 냈다.
최근 백화점업계에선 국내 신진 패션 브랜드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불과 2년여 전까지 해외 럭셔리 브랜드와 체험형 공간 등에 국내 패션이 자리를 내주던 것과 대비된다. 명품 소비가 둔화한 가운데 희소한 브랜드에 열광하는 젊은층을 끌어모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입점 기준 낮추며 신진 브랜드 ‘모시기’ 경쟁
백화점들은 까다롭던 입점 장벽을 낮추면서까지 국내 브랜드 ‘모시기’에 열중하고 있다. 매출 등 운영 성과 없이도 제품력과 차별성만 검증되면 입점시킨다. 현대백화점은 젊은 고객의 발길이 모이는 점포를 중심으로 신진 패션 브랜드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더현대 서울은 개점 이후 1년 9개월간 신진 패션 브랜드 160여 개가 정식 입점하거나 팝업 행사를 진행했다. 올 9월 무역센터점에 컨템포러리 전문관을 신설한 데 이어 내년 판교점에도 전문관을 선보일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온라인 패션 플랫폼 ‘하고’와 손잡고 신진 브랜드 편집숍을 마련했다. 지난달에만 잠실 롯데월드몰, 부산본점, 인천점 등 3개 점포에 문을 열었다. 각 매장에는 MZ세대 호응이 높은 온라인 브랜드가 20여 개씩 입점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이 외에도 한남동, 성수동 등 MZ세대 패션 중심지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브랜드를 선도적으로 유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젊은층·수익성’ 두 마리 토끼 잡기
국내 신진 브랜드 집중 유치는 ‘젊은 쇼핑 생태계’를 활용한 새로운 동력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급속 성장한 국내 명품 소비는 한계에 이르렀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남과 다른 패션을 즐기는 MZ세대에게 신진 브랜드는 명품만큼 매력적”이라며 “이미 흔해진 수입 브랜드와 ‘올드하다’는 인식이 강한 토종 영캐주얼을 대체할 돌파구”라고 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무역센터점 전문관은 재단장한 이후 20, 30대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41%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전문관에서 나온 매출 65%가 20, 30대 몫이었다.
백화점 입장에선 콧대 높은 해외 럭셔리 브랜드 대비 수익성이 높은 것도 장점이다. 수입 브랜드는 매출이나 고객 수를 늘리는 외형 성장에는 도움이 되는 반면 국내 패션 브랜드 대비 입점 수수료 등 마진율이 낮다. 패션 대기업들이 해외 럭셔리 브랜드와 국내 브랜드를 동시에 강화하는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메종키츠네, 아미 등 수입 브랜드를 강화하는 한편 올 8월 30년 만에 신규 남성복 브랜드를 출시했다.
신진 패션 브랜드에도 ‘고급 소비의 대명사’인 백화점 입점은 이미지 강화에 좋은 기회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럭셔리 이미지는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됐다”며 “소비력 높은 고객들과 접점을 늘리고 백화점의 오프라인 매장 운영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어 제도권 브랜드에 진입하는 발판이 된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에 관심이 없던 온라인 브랜드들도 최근 백화점 입점에 적극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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