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이제 냉전시대 소수 강대국들이 펼치던 경쟁의 공간에서 전 세계 70여 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공간으로 변모했다.”
5, 6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 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아부다비 스페이스 디베이트 포럼’에서 총 47개국 400여 명의 우주 관계자들이 모여 내린 진단이다. 이에 따라 우주 안보와 우주 환경을 둘러싼 경쟁과 갈등 문제를 지금부터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포럼은 지난해 2월 탐사선 ‘아말’을 화성 궤도에 안착시키며 신흥 우주 강국으로 떠오른 아랍에미리트가 처음으로 개최한 우주 관련 국제 행사다. 그동안 우주 산업의 경제적 가치에 초점을 맞췄던 논의를 뛰어넘어 우주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화두를 제시하며 우주 선진국과 신흥국들이 함께 목소리를 냈다.
○ “달에서 전쟁이 벌어질 수도”… 우주에도 규범 필요
포럼에 모인 각국 전문가들은 급성장하는 우주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결 과제로 우주 안보를 꼽았다. 우주 공간이 선진국의 전유물이 아닌 다자간 공간으로 변모하면서 각국의 이해관계 역시 복잡하게 얽혀 조율이 없으면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어느 때보다 우주 안보가 강조되고 있으며 미국이나 프랑스 등이 이미 ‘우주군’을 창설한 이유이기도 하다.
미래학자 조지 프리드먼은 포럼에서 제3차 세계대전이 우주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달에서 전쟁이 벌어질지 평화가 유지될지 모른다”며 “세계는 곧 다가올 우주 안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윌리엄 앨버크 국제전략연구소 전략기술 및 군비통제 책임자 역시 “서방과 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며 “강대국 간 대립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어느 때보다 분열된 상황에서 중국이 우주 초강대국이 되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아직 갈등을 조정할 마땅한 규범이나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옴란 샤라프 유엔 외기권평화적이용위원회 위원장(아랍에미리트 첨단과학기술 외교 국제협력 차관보)은 “점점 더 많은 국가와 민간 기업이 우주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며 “갈등을 막기 위해 모두의 목소리를 듣고 서로가 합의할 수 있는 규범과 법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주 환경 문제도 당면한 과제다. 존 힐 미국 국방부 차관보는 “스페이스X와 같은 민간 회사들이 대량의 군집 위성을 쏘아 올리며 우주 교통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데 국제적 규범이나 법이 없다”며 “우주 개발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우주의 지속 가능성도 고려하는 규제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 협력으로 인류에 최선의 결과 가져와야
전문가들은 이번 포럼에서 우주 개발을 통한 우주 관련 연구는 본질적으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해석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국제 협력 체계를 갖춰야 인류에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공통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빌 넬슨 미국항공우주국(NASA) 국장은 “저궤도를 넘어선 우주 탐사를 위해 강력한 국제 협력 구도를 만드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리오넬 쉬셰 프랑스 국립우주센터(CNES) 최고운영책임자(COO)도 “우주 과학자와 우주 산업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국제 협력으로 그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의 목적에도 우주 협력이 포함됐다. 아랍에미리트와 함께 포럼 후원국인 이스라엘에서는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이, 인도에서는 지텐드라 싱 국가과학기술장관이 현장을 찾아 협력을 강조했다. 실제 협력도 이뤄졌다. 인도와 아랍에미리트는 우주기술 스타트업에 합작 투자하기로 결정하는 한편 양자 등 신우주기술 개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아랍에미리트는 CNES와 우주 기후관측소 출범 협약을, 필리핀 우주국과는 우주 과학기술 협력 증진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한국 역시 협력에 목소리를 냈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포럼에 참여해 “6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에 성공하는 등 한국은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며 “한국은 활발한 우주 개발 국제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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