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르고 원자재 비용 급등 영향
하반기 들어서며 경기 급속 냉각
100대 기업 3분기 영업익 25% 줄어
파업 직격탄 4분기 하락폭 커질듯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3분기(7∼9월) 6278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적자 폭이 전년 동기 190억 원의 33배로 늘었다. 이 회사가 지난달 공시한 분기보고서에서 밝힌 3분기 대규모 적자 원인은 줄줄이 오른 원자재 가격이었다. 후판 가격은 t당 118만 원으로 지난해 평균 대비 9.0% 뛰었다. H형강 값은 17.3%, 페인트도 80.8%나 올랐다. 여기에 6, 7월 51일간 진행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대우조선 하청지회)의 파업과 1독 점거 농성으로 조업 차질을 빚으면서 3분기 실적이 된서리를 맞았다.
롯데케미칼도 올 3분기 4238억 원 적자를 내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유가 상승 타격으로 주요 원자재인 나프타는 올해 1∼3분기 평균 가격이 지난해 연간 평균 가격 대비 33.7% 뛰었다. 반면 소비 시장 위축 전망이 나오면서 주요 석유화학 제품 주문량이 줄어 에틸렌, 벤젠 공장 가동률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씩 떨어졌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하락 국면에 접어듦)’ 우려가 점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원자재가 비용 상승, 금리 상승 등이 점차 기업 곳간을 위협하는데 하반기(7∼12월)부터 경기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어서다. 4분기(10∼12월)에는 실적 하락 폭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1일 ‘매출 100대 기업 영업실적 및 주요 지출항목 특징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0%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4.7%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업종별 표정은 크게 엇갈렸다. 조선, 화학, 섬유 등에서 영업이익이 특히 큰 폭으로 감소했다. 1∼3분기 누적 기준 조선업종은 지난해(―2조5000억 원)에 이어 올해(―1조8000억 원)도 대규모 적자를 이어갔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한 업종은 △화학(―61.1%) △섬유(―30.6%) △건설(―24.4%) △기계(―17.8%) 순이었다. 조선, 화학, 섬유의 경우 3분기만 별도로 비교할 경우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791.9%, 81.9%, 52.8%가 줄었다.
상반기(1∼6월) 큰돈을 벌었던 정유와 운송은 1∼3분기 누적 기준으로도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57.0%, 100.1% 영업이익이 늘었다. 정유는 가파른 유가 상승에 따른 정제마진 급등 덕분이었고, 운송은 올 초 물동량 폭증에 힘입은 고운임 특수를 누렸다. 이 외 △전기전자(8.0%) △철강(7.7%) △자동차(7.3%) 등은 소폭 증가에 그쳤다.
올해 3분기까지 기업들의 이자 비용과 원재료비, 인건비 지출 등은 일제히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비율 이상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전 세계적 기준금리 인상 러시로 인해 이자 비용은 17.2% 급등했다. 이자 비용이 영업이익을 넘어서 사실상 상환 능력을 상실한 기업도 매출 100대 기업 중 18곳이나 된다.
원재료비 총액(원재료비 항목 공시 72개 기업 기준)은 31.3% 늘어났다. 해당 72개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35.4% 감소했다. 경총은 “기업들의 생산 비용은 크게 늘었지만 이를 판매가격에 온전히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풀이했다.
원재료비 부담은 제조업에서 가장 크게 상승했다. 3분기 기준 제조업의 원재료비 상승률은 33.1%로 서비스업(14.3%), 건설업(13.5%)보다 월등히 높았다. 같은 기간 인건비(인건비 공시 97개 기업 기준)는 10.6%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4분기 전망은 더 우울하다. 우선 상반기 ‘반짝 호조’를 보인 정유, 운송업계 실적도 3분기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석유화학 업계는 최근 화물연대 파업으로 일부 공장 가동률이 70% 이하로 떨어지는 등 타격을 받기도 했다. 태풍 ‘힌남노’ 침수 피해를 입은 포스코는 4분기 내내 복구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3분기 기업실적 피크아웃의 우려가 이미 현실화된 데다 4분기에는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더 나빠졌을 것”이라며 “내년에도 1%대 낮은 성장세와 고물가, 높은 임금 상승 같은 아킬레스건들이 기업 경영 악화의 뇌관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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