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채 확대 野반대로 통과못해
운영비 충당위해 대폭 인상 불가피
여야, 다시 발의해 연내 처리키로
한국전력공사의 회사채(한전채) 발행 한도가 늘지 않으면 내년 전기요금을 올해보다 3배 넘게 올려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가격이 뛰면서 전기를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역(逆)마진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전은 “한도가 확대되지 않으면 전력구입대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에 따르면 현행 한전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 한도 초과 사채를 상환하면서 전력구입대금을 결제하려면 내년 1분기(1∼3월)에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약 64원 인상해야 한다. 이는 올해 연간 총 전기요금 인상분 19.3원(주택용 기준)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올해 말까지 한전채 발행 잔액은 약 72조 원으로, 아직까진 법으로 정해진 사채 발행 한도 이내다. 지난해 결산 기준으로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액(45조9000억 원)의 두 배인 91조8000억 원까지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전의 적자로 올해 실적을 결산하는 내년 3월에는 사채 발행 한도가 큰 폭으로 줄어든다. 사채를 상환해 새로운 발행 한도에 맞추면서 운영비용 등을 충당하려면 kWh당 64원을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3분기(7∼9월)까지 21조8300억 원의 적자를 낸 한전은 4분기(10∼12월)에도 적자 행진을 이어가며 연간 30조 원에 이르는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전의 회사채 발행 한도를 현재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2배’에서 최대 6배로 높이는 한전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됐지만 최근 부결됐다. 8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반대표를 던져 여야가 상임위원회에서 합의한 개정안이 이례적으로 통과되지 못했다. 한전이 사채를 발행할 수 없게 되면 자금 조달을 위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여야는 임시국회에서 한전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해 연내에 처리하기로 했다. 한전은 11일 “법 개정을 통해 사채 발행 한도가 확대되지 않을 경우 신규 사채 발행이 안 돼 전력구입대금 지급과 기존 차입금 상환이 불가능해진다”며 “대규모 전력 공급 차질과 전력시장 마비 등 국가 경제 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한전채 발행이 어려워지면 현재 한전이 추진하는 신규 사업들에 대한 투자도 힘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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