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총파업) 사태가 보름 만에 종료된 가운데 배경이 된 안전운임제가 폐지 위기에 놓여있다. 안전운임제 일몰을 20여 일 앞둔 상황에서 국회마저 얼어붙으며 논의조차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정부는 일몰이 되더라도 제대로 된 개선안을 마련한 후 대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본격적으로 안전운임제 개편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화물연대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개선안을 만들어서 얘기해야 한다”며 “아직 대화채널은 가동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에게 적정수준의 임금이 지급되도록 함으로써 과로, 과적, 과속운전을 방지하고 교통안전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2018년 도입됐다. 당시 화주와 운수사업자의 반발, 시장 혼란 등 우려가 제기되며 품목은 ‘수출입 컨테이너 및 시멘트’ 2개로 제한됐고, 3년 시한의 일몰제가 적용됐다. 안전운임제의 일몰시한은 오는 12월31일까지로, 관련법 개정이 없으면 안전운임제가 사라진다.
화물연대는 정부·여당이 당초 제시한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에서 집회를 열고 “제대로 된 안전운임제를 위한 투쟁의 2막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며 안전운임제를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정부·여당은 안전운임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원희룡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연내 끝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연초까지 가는 한이 있더라고 논의가 늦어진 만큼 집중적으로 제대로 하겠다”며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단순 연장안으로 인해 (개선안) 논의가 동력을 상실하면 3년 뒤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합당한 운임구조와 함께 중간단계가 비대한 물류산업구조를 제대로 개선하는 핵심 내용을 담아서 마련하겠다”며 “법이 정해지면 얼마든 소급시킬 수도 있고 여러 방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입법에 나서야 할 국회는 사실상 멈춰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두고 여야가 충돌하며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을 포함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으나 법제사법위원회 통과는 불투명하다. 여당인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제동을 걸면 이달 안에 상정은 어렵다.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대화 일정도 없다. 국토부는 안전운임제의 당사자가 화물연대만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산업 주체, 전문가들과 개선안을 마련할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안전운임제가 그대로 일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슷한 갈등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가 강수를 통해 백기투항을 받았더라도 안전운임제를 폐지한다면 노정 갈등은 계속될 것이다”며 “낮은 차원의 집회부터 시작해 조직력을 추스른 후 언제 다시 총파업에 나서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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