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오-사기-강박에 의한 계약이면 중도금 치른 뒤에도 취소할수 있어
토지 현황-양도소득세 부과여부 등… 중요 부분 해당돼야 착오로 인정
귀농을 준비 중인 A 씨는 토마토 농장을 만들려 땅을 매수하려고 한다. 주말마다 시간을 내서 현장을 탐방하던 중에 지인으로부터 자신의 땅(면적 3620m²)을 매수하라고 권유받았다. 농장을 일구기에 문제가 없어 보여 매매 계약을 하고 계약금은 물론 중도금까지 지급했다. 하지만 측량 결과 땅의 절반 정도가 농사를 짓지 못하는 하천 부지였다. A 씨는 매도자에게 계약 해제와 동시에 계약금 및 중도금 반환을 요청했지만 매도자는 중도금까지 받았기 때문에 해제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부동산 매매 계약이 체결된 이후엔 당사자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때 이행 착수란 중도금을 지급하는 행위 또는 잔금을 준비하고 등기소에 동행할 것을 촉구하는 행위 등이다. 이러한 이행에 착수하기 전까지는 계약 당사자는 누구든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때 매도자는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매수자는 그 계약금을 포기해야 한다(민법 제565조 참조). 하지만 매수자인 A 씨는 이미 중도금까지 지급함으로써 이행기에 착수했기 때문에 해약금에 의한 해제는 행사할 수 없다.
그러나 매매 당시 착오 또는 사기나 강박에 의해 계약이 체결되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매매 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거나,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 표시는 취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민법 제109, 110조 참조). 여기서 착오란 의사와 표시가 불일치하는 것을 A 씨(표의자)가 모르는 경우다. 사기(詐欺)란 기망행위(남을 속이는 것)에 의해 착오에 빠져 의사 표시를 한 경우이며 강박은 강박행위(자기 뜻에 억지로 따르게 하는 것)에 공포심을 가진 상태에서 의사 표시를 하는 것이다.
매매 계약을 착오로 취소하기 위해서는 의사 표시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 부분인가의 여부는 주관적, 객관적 표준에 좇아 구체적 사정에 따라 결정된다. 즉, 토지의 현황이나 경계에 관한 착오 또는 법률행위 성질에 관한 착오 등이 해당한다. 예를 들어 땅(답) 1389평(약 4590m²)을 전부 경작할 수 있는 농지인 줄 알고 매수했는데 그중 600평(약 1980m²)이 하천을 이루고 있는 경우에도 중요 부분의 착오에 해당한다(대법원 67다2160 참조). 또 부동산 매매에 있어서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는 매수인의 설명을 믿고 거래한 매도인의 착오는 중요 부분의 착오다(대법원 80다2475 참조).
토지 전부를 경작할 수 있는 농지인 줄 알고 매매 계약을 했는데 측량 결과 절반의 면적이 하천인 A 씨의 경우도 중요 부분의 착오에 해당한다. 따라서 A 씨는 매매 계약에 대한 해제 대신 거래를 취소하고 계약금 및 중도금을 반환받아야 한다. 다만 매매 계약 시 당사자 사이에 착오를 이유로 하여 취소할 수 없음을 약정하면 표의자(A 씨)는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없다. 착오에 관한 규정은 임의규정(당사자의 의사에 의하여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규정)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매도인이 매매 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한 후라도 매수인은 손해배상 책임을 지거나 매매 계약에 따른 계약금의 반환을 받을 수 없는 불이익을 면하기 위해 착오를 이유로 매매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대법원 91다11308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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