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냉각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과 같은 부동산 관련 채권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단기 자금시장이 경색되고, 크레디트 채권에 대한 수요가 크게 위축됐다. 12월은 특히 부담이다.
계절적으로 12월은 연말 결산을 앞두고 기업들이 보유 현금으로 단기 차입금을 상환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시도를 하고, 그 결과 기업들의 자금 인출로 신탁, 랩어카운트(Wrap Account), 머니마켓펀드(MMF) 등의 환매가 증가한다. 따라서 자금시장이 경색되는 경향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PF ABCP가 주로 연내 만기물 위주로 소화되고 해를 넘기는 발행물량은 금리를 높여야 제한적으로 소화되면서 12월에 만기가 몰리는 상황까지 겹쳤다.
정부는 단기 자금시장 경색이 예년보다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는 올해 12월 유동성 고갈로 문제가 발생하는 회사가 하나라도 나오면 안 된다는 판단이 확고하게 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을 비롯해 자금시장 안정대책을 연이어 내놓는 한편 자금시장 안정에 문제가 될 만한 금융기관 규제는 거의 다 풀어서 활로를 열어주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5조 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 추가 캐피털콜(Capital call) 실시 계획을 밝혔다. 한국은행도 금융기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최대 2조5000억 원의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연말을 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지원을 쏟아붓고 있다.
단기 자금시장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과는 달리 국채시장은 지난달 중순 이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 PF와 관련한 신용 위험이 부각되는 시장 환경에서는 채권시장 내에서도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나타나면서 국채로 매수가 몰리는 경향이 있다.
국채금리가 하향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시장 환경 측면에서 크레디트 채권도 순차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는 필요조건이 갖춰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정부의 시장 안정 노력이 효과를 보면서 크레디트 채권의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하순부터 신용도 측면에서 크레디트 채권 시장의 최상단에 있는 공사채와 은행채의 크레디트 스프레드(금리 차)가 축소 전환하는 등 안정을 찾고 있는 것이다.
자금시장 경색이 충분히 풀리고 나면 PF 사업장들의 사업성 평가를 통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관련 금융기관은 충당금을 적립하고 필요하면 증자를 통해 완충 능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투자심리가 확실하게 회복되면서 크레디트 채권의 최상단부터 풀리기 시작한 온기가 아래쪽으로 완전히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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