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이석준… 금융권 “낙하산 신호탄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13일 03시 00분


기재부-尹대선캠프 거친 정책통
후보추천위, 단독 추천으로 내정
BNK-IBK등 인선도 외풍 가능성
금융노조 “모피아 낙하산 반대”

NH농협금융지주의 차기 회장에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63·사진)이 내정됐다. 금융권에선 농협금융이 관료 출신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하면서 새 정부 ‘낙하산 인사’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BNK금융지주와 IBK기업은행 등 남은 금융권 CEO 인사에도 ‘외풍’이 불어 닥칠 가능성이 커졌다.

농협금융은 12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로 이 내정자를 단독 추천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4일 회장 선임 절차를 시작한 농협금융 임추위는 이날 심층 면접 후 만장일치로 이 내정자를 최종 후보에 낙점했다. 임추위는 “이 내정자는 예산,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 경험을 했다. 복합적 요인으로 금융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농협금융의 새 10년을 설계할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부산 동아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 내정자는 행정고시 26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제2차관,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 등을 거쳤고 2016년 국무조정실장을 지냈다.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대선 캠프에 참여해 초반 정책 설계에 관여했고 당선 후엔 특별고문, 국민통합위원회 경제·계층분과위원장으로 일하는 등 새 정부에서도 활동을 이어갔다.

지난달 인선 작업이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금융권에선 손병환 현 회장(60)이 연임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손 회장이 1962년생으로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보다 젊은 데다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경영 성과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협금융의 지분 100%를 가진 농협중앙회가 새 정부와의 소통 강화 차원에서 관료 출신 회장 선임에 힘을 실으며 무게추가 이 내정자 쪽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금융은 초대 신충식 회장과 현재 손 회장을 제외하면 신동규, 임종룡, 김용환, 김광수 등 모든 전임 회장들이 경제 관료 출신일 만큼 외부 인사에 편중된 CEO 인사를 해 왔다.

금융권에선 농협금융을 시작으로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됐던 정치적 외풍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차기 회장 잠정 후보군(롱리스트)을 발표하는 BNK금융은 지난달 김지완 전 회장의 사퇴 이후 내부 승계를 원칙으로 했던 내규를 개정해 외부 인사도 회장 후보에 포함될 수 있도록 했다. 기업은행에서도 윤종원 행장의 후임으로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 등 관료 출신 인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앞서 신한금융도 3연임이 유력했던 조용병 회장 대신 진옥동 신한은행장을 차기 회장에 내정하며 ‘깜짝’ 수장 교체를 단행했다. 외부 인사가 온 것은 아니지만 조 회장의 갑작스러운 용퇴로 회장이 바뀐 만큼 정부와의 교감설 등 뒷말이 나오고 있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최근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중징계를 받아 연임 여부가 불투명하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금융권 모피아 낙하산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투쟁을 예고했다. 권희원 BNK부산은행 노조위원장은 “모피아(옛 재무부+마피아) 인사가 CEO 후보가 된다면 현 정부의 공정과 상식뿐 아니라 자유시장경제주의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했다.

#농협금융지주 회장#이석준#낙하산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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