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안에 잠정 합의하면서 내년 종부세 납세자 수와 금액은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문재인 정부가 종부세 체계를 단일 세율에서 현행 다주택자 중과세율 체계를 신설하며 이원화한 지 3년 만에 대대적인 수술대에 오르는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다주택자 중과세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취임 후에도 “거래나 보유에 관한 징벌적 과세를 정상화하겠다”고 재차 강조해왔다.
○ 서울 2주택자 종부세액 절반 이하로 줄어
12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여야는 전국의 2주택자는 종부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현행법은 부동산 규제 지역인 조정대상지역의 2주택자에게 중과세를 매기고 있는데, 그들이 일반세율을 적용받게 되는 것이다. 현재 조정대상지역은 서울 전 지역과 경기 과천, 성남 분당·수정구, 하남, 광명 등이다.
본보가 김종필 세무사에게 의뢰한 종부세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울 반포 아크로리버파크(전용면적 84m²)와 마포 래미안푸르지오(84m²)를 보유한 2주택자는 올해 6306만 원의 종부세를 부담했다.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여서 3.6%의 중과세율을 적용받았다.
하지만 정부 개편안대로 일반세율 1.5%(과세표준 25억∼50억 원 구간에서 적용)가 적용되면 종부세 부담은 2148만 원으로 절반 이하로 낮아진다. 이 시뮬레이션에는 다주택자 공제액을 현행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상향하는 여야 잠정 합의안을 적용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그동안 정부가 각종 시뮬레이션에서 활용해 온 80%를 반영했다. 만약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올해 수준인 60%로 낮추면 세 부담은 1235만 원으로 1000만 원가량 더 낮아진다.
3주택 이상 보유자라고 하더라도 과세 표준 12억 원을 넘지 않으면 일반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지방 저가 주택을 여러 채 가지고 있거나, 상속을 통해 주택 수가 늘어난 경우 일반세율을 적용해 서민, 중산층의 세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다.
더불어민주당은 잠정 합의안대로 1주택자 공제액을 12억 원으로, 다주택자 공제액을 현행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높이면 올해 122만 명인 과세 대상자가 내년에는 절반 수준인 66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야는 종부세 인상액에 적용되는 세 부담 상한도 150%로 통일하는 방안에 의견 접근을 이뤘다. 현재 1주택자는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해 전년의 150%, 다주택자는 300%까지 부담하는 세 부담 상한을 적용받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에 따르면 세 부담 상한 적용 대상은 2017년 4301명에 그쳤지만 2021년에는 30만9053명으로 71.9배 폭증했다.
○ 시장 반응은 ‘미지근’
애초 정부가 7월 국회에 제출한 세제개편안에 대해 여야의 정책 차이가 커 종부세 개편안을 논의할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원회는 구성도 못 한 채로 4개월간 공전했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첫 회의를 연 후 여야 간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3주택에 대해서는 고액인 경우 1가구 1주택보다 중과 체계를 갖는 것을 양보 타협안으로 검토하겠다”며 “일정 부분 (여야 간 의견이) 좁혀진 상태”라고 밝혔고, 12일 잠정 합의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거래 활성화 등 종부세 규제 완화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 인상이 이어지고 있어 이자 부담이 큰 데다 중과세율을 적용하는 부동산도 있기 때문이다. 안성용 한국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내년 4월까지는 금리 상승이 확실시되고 있어 주택 매수세는 얼어붙은 상황”이라며 “주택 가격이 하락세인 만큼 저점 매수를 기다리는 심리도 강해 정책 발표가 거래 활성화로 직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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