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美 IRA 개정 총력전… 한국차 차별 해소 촉구

  • 동아경제
  • 입력 2022년 12월 13일 15시 18분


미국 재무부의 IRA(인플레이션감축법안) 가이던스 발표를 앞두고 한국 정부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최근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 윤관석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정부·국회 합동 대표단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IRA 대응방안을 논의한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외교부 이도훈 2차관도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 참석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했다.

미국 재무부는 8월 발효된 IRA의 세부 규정을 명확히 하기 위한 가이던스를 수립하고 있다. 가이던스는 올해 말까지 발표할 예정인데 이를 위해 미국 재무부는 11월초와 12월초 두 차례에 걸쳐 각 부문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았다.

최근 한국 정부 관련 부처의 움직임을 보면, IRA 입법에는 대처가 늦었지만 시행세칙격인 가이던스까지 놓칠 수는 없다는 절실함이 묻어난다.

지난주에는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 윤관석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정부·국회 합동 대표단이 미국 워싱턴DC로 날아갔다. 11일에는 외교부 이도훈 2차관도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 참석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했다. IRA 대응에서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함이다.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앞으로도 IRA 가이던스에 우리측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해나가는 동시에 업계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IRA 내 다양한 인센티브 혜택을 극대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8월 발효된 IRA의 세부 규정을 명확히 하기 위한 가이던스를 수립, 올해 말까지 이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재무부는 지난 11월 초와 12월 초 두 차례에 걸쳐 각 부문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진행했다.

정부는 친환경 자동차 세액공제 항목의 법 개정을 위해 미국 정부와 의회를 대상으로 한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시에 재무부 가이던스를 통해 한국 기업들이 최대한의 인센티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이른바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 8월 발효된 IRA에 따라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전기차를 미국에서 조립해야 하고 미국산 배터리 소재가 일정 비율 이상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현대차·기아의 전기차는 모두 한국에서 생산된 차량이라 IRA 시행 이후 보조금 대상에서 즉각 제외됐다.

우리 정부는 IRA가 발표되자 마자 모든 채널을 가동해 선제적으로 미국 정부에 법 개정 및 행정조치를 요구했다. 미국 상무부 면담은 물론 미국무역대표부(USRT)에 서한을 보내 한국산 전기차가 세제혜택 대상국에 포함될 수 있도록 요청했고, 법안 발효 직후부터는 국내 경제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미국 정관계 설득에 나섰다.

지난 9월 초 정부는 미국 정부와 한미정부협상단 채널을 구축하는 것에 합의하고 같은 달 16일부터 한미 정부 협상단 실무협의체를 가동했다. 지난달 4일 미국과의 첫 협의를 시작한 EU에 비해 발빠른 행보를 보인 셈이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산업부 장관, 통상교섭본부장, 외교부 장관 등이 직접 미국 바이든 대통령, 해리스 부통령, 미 행정부 관료들과 미 의회 의원들을 만나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적 조항을 수정해야 한다는 한국의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국회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8월 말에는 미국을 방문한 여야 국회의원단이 한국의 우려를 전달했고, 9월 1일에는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기반한 미국의 한국산 전기차 세제 지원 촉구 결의안'을 가결시켰다.

이같은 한국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대응에 미국 언론들도 주목했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10월 “미국 주요 동맹국들은 IRA에 분노하고 있다”며 “가장 반발하는 국가는 한국”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도 “유럽과 일본 등의 전기차 제조업체들도 보조금 차별 조항에 불만을 품고 있지만, 유독 한국이 솔직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했다.

국내 기업 입장 반영을 위한 정부 노력에 국내 기업들도 감사의 뜻을 밝혔다. 지난달 말 열린 IRA 대응 민·관 합동 간담회에서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IRA 발표 이후 정부에서 미국 행정부 및 의회 설득에 발 벗고 뛰었다”며 “다른 나라보다 가장 먼저, 또 제일 적극적으로 미국 측에 문제를 제기하고 동맹국과의 공조를 이끌어 내고 있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정부, 국회는 물론 현대차 등 한국기업들이 원팀으로 힘을 합친 결과, 우리 정부는 미국 상원과 하원에서 친환경 자동차 세액 공제 3년 유예를 골자로 한 법 개정 발의를 이끌어냈다. 라파엘 워녹 조지아주 민주당 상원의원은 9월 말 IRA의 친환경 자동차 보조금 지급 관련 조항 적용을 3년 유예하도록 하는 미국을 위한 합리적인 전기자동차 법안을 발의했다. 이어 11월에는 민주당 소속 앨라배마주 테리 스웰 하원의원을 중심으로 같은 내용의 법안이 하원에서도 발의됐다.

정부는 미국 재무부 가이던스에 한국 기업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의견을 반영시키기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도 펼치고 있다.

정부는 자동차·배터리·소재·에너지·철강 등 관련 업계 간담회, 통상 전문가·법조계 자문 등 폭넓은 의견 수렴을 거쳐 △친환경차 세액공제 이행에 3년의 유예 기간 부여 △상업용 친환경차 범위 확대 △배터리 요건 구체화 등 법안의 세세한 부분까지 담은 의견서를 미 재무부에 두차례에 걸쳐 제출했다.

특히 미국 내 생산 조건이 적용되지 않은 '상업용 친환경차 세액공제'를 한국 기업들이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상업용 친환경차'의 범위를 확대하고 집중적인 세액공제를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다.

우리 정부는 의견서 전달에 그치지 않고 미국과의 직접적인 대화를 통해 한국 측의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 11월 1차 의견서 제출 전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행정부의 IRA 집행을 총괄하는 존 포데스타 백악관 국가기후보좌관과 화상 면담을 통해 미국 행정부가 IRA를 이행하기 위한 하위 규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한국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지난 2일 2차 의견서 제출 직후인 5일에는 정부와 국회가 합동 대표단을 구성해 미국을 직접 방문, 미국 행정부 및 의회 주요 인사들을 만나 한국 측의 요구를 강하게 전달했다.

미국 의회에는 친환경 자동차 세액공제의 3년 유예 내용을 담은 IRA 개정안 통과의 필요성을 적극 제기하고, 미국 행정부에는 한국이 제시한 의견을 재무부 가이던스에 최대한 반영해줄 것을 요구했다.

미국 내에서도 한국 정부의 상업용 친환경차 관련 요구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6일 자동차 회사들과 한국이 상업용 EV 세액공제 적용 촉구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많은 자동차 회사들과 한국 정부가 바이든 정부에 미 의회에서 승인된 기후 법안에 대한 우려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EV 구매를 촉진하기 위한 방안으로 상업용 전기 자동차 세금 공제를 적용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재무부에 '상업용 친환경 자동차'를 보다 광범위하게 해석해 우버나 리프트 등 차량 공유 기업에서 사용하기 위해 구입한 렌터카, 리스 차량을 포함할 것을 촉구했다“고 덧붙였다.

산업계 관계자는 ”일단 상하원을 통과해 발효된 법안을 개정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미국 정부와 의회를 설득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며 ”지금은 재무부의 가이던스에 집중해 한국 기업들이 최대한의 혜택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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