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9개중 3개 상품만 수익
게임 테마 3개 ETF 50%대 하락
고평가 종목으로 구성돼 수익 저조
서울의 한 대학원에 다니는 A 씨(28)는 2020년 게임 관련 종목을 모은 테마형 상장지수펀드(ETF)에 600만 원을 투자했다.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며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기업이 늘고 대학가 비대면 수업이 시행되면서 게임 수요가 늘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 씨는 “주식 관련 유튜브 방송에서 테마형 ETF가 수익률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투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A 씨가 투자한 ETF는 지난해부터 수익률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올해 ―53%로 곤두박질쳤다. 400만 원가량의 손실을 본 그는 이대로는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내년 주가 전망 관련 기사를 찾아보며 고심하고 있다.
특정 테마와 관련된 종목을 묶어 투자하는 테마형 ETF의 올해 수익률이 곤두박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미래가치를 면밀히 따지기보다 유행에 따라 성급한 투자 결정을 내리는 투자 행태에 대한 경고음도 일고 있다.
○ 96%가 올해 마이너스 수익률
13일 금융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예탁결제원에 ‘테마형 ETF’로 분류된 국내 69개의 테마형 ETF 중 51개(74%)가 최근 3개월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나머지 18개 중 5개는 상장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13개는 수익을 냈지만 이마저도 5% 이상 수익률을 낸 건 한 개에 불과했다. 최근 6개월 수익률을 살펴보면 59개(86%)가 마이너스였다.
올해 전체 성적표는 더욱 심각하다. 69개 테마형 ETF 중 66개(96%)가 올 초 이후(또는 상장일부터) 이달 12일까지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냈다. 이 중 ―20%보다 낮은 수익률을 보인 ETF는 36개였고, ―50%대 수익률도 세 개나 있었다. 올 들어 코스피가 20.31%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 둔화와 증시 침체를 감안해도 시장 수익률을 밑도는 성적이다.
특히 게임을 테마로 한 ETF는 성적이 유난히 좋지 않았다. 2018년 상장된 ‘TIGER K게임’과 ‘KBSTAR 게임테마’, ‘KODEX 게임산업’은 올 초부터 이달 12일까지 각각 55%, 54%, 53% 하락했다. 올해 상장된 테마형 ETF도 16개 중 14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국내에 상장된 창업투자회사 종목들로 이뤄진 ‘KBSTAR Fn창업투자회사 ETF’는 ―29%를 나타냈다. MZ세대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화장품, 빅테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관련 종목을 추종하는 ‘VITA MZ소비 액티브 ETF’는 ―23%였다.
○ 고평가 종목으로 구성돼 수익률 저조
테마형 ETF는 코스피 등 지수를 추종하는 ETF와 달리 당대 유행하는 업종의 기업들을 모아 투자하기 때문에 시장 수익률보다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특히 증시가 호황이던 지난해에는 29개의 새로운 테마형 ETF가 상장됐다. 상품을 설계, 판매하는 금융투자회사들은 물론이고 주식 관련 유튜브 채널에서도 테마형 ETF 투자를 권고하는 홍보가 쏟아져 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테마형 ETF가 이미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종목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더 이상 오르기 힘든 단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고점 종목들로 만들어진 ETF가 대부분이다보니 나중에는 주가가 꺾이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부 테마형 ETF는 상장 전에 이미 시장에서 고평가된 종목이 많이 편입돼 상장 이후 수익률이 저조하게 나타난다”며 “테마형 ETF는 단기적 트렌드보다는 고령화나 전기차, 친환경 등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장기적인 성장요소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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