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초 부품업체에 구체안 제시
내연기관 개조 ‘e-TNGA’ 접기로
첫 전기차 품질 불량이 결정적
하이브리드와 병행은 유지할듯
세계 1위 완성차 업체 도요타그룹이 전기차 플랫폼을 폐기하는 등 대대적인 ‘전동화 전략’ 수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올인’ 전략을 펴는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를 병행하는 전략을 고수해 왔다. 전기차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도요타도 방향을 수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전기차 플랫폼 조기 폐기 검토
1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도요타는 2024년부터 2026년 1분기(1∼3월)까지 적용할 전동화 계획의 구체적인 수정안을 내년 초 주요 부품공급 업체들에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5월에는 도요타가 3년 주기로 발표하는 ‘3년 경영계획’이 예정돼 있다. 수정안에는 내연기관 플랫폼을 개조해 만든 자체 전기차 플랫폼 ‘e-TNGA’의 조기 폐기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새로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e-TNGA를 만들 당시 전기차 생산라인에서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도 만들 수 있도록 설계됐다”면서 “그러나 생산비용이 줄지 않아 새 플랫폼 도입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이는 업계 선두주자인 테슬라, BYD와의 가격·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한 판단”이라고 했다.
도요타의 이런 변화는 첫 순수전기차 ‘bZ4X’에서 품질 불량 문제가 발생한 게 결정적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bZ4X는 도요타가 지난해 “2030년까지 전기차 30종, 연간 35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고 발표한 뒤 처음 내놓은 차량이었다. 하지만 올해 5월 출시 후 1개월 만에 주행 중 바퀴가 빠지는 치명적인 결함으로 2700대의 bZ4X를 리콜(환불)하는 굴욕을 맛봤다. 이 사태로 도요타는 전기 구동 시스템과 전력 변환 전자 장치 등에 신기술을 대거 채택한다는 계획이다.
○ 갈팡질팡하는 ‘두 마리 토끼 전략’
도요타는 전동화 시대에 완성차 업체들 사이에서도 내연기관차를 포기하지 않는 ‘두 마리 토끼 전략’ 진영의 대표주자다. “내연기관차의 종말을 선언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힌 BMW와 반(反)‘전기차 올인’ 진영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최고경영자(CEO)는 최근까지도 “전기차는 탄소 중립을 이루기 위한 한 가지 선택지일 뿐”이라고 강조해 왔다.
업계는 도요타의 이번 전략 변경이 “전향적인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향후 시장 판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전기차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후발주자인 도요타가 언제든 추격할 여지가 커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도요타가 머뭇거리는 사이 순수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 개발에 성공했다. 이에 기반해 내놓은 ‘아이오닉 5’, ‘EV6’ 등이 호평받으며 영향력을 넓혀 갔다. 통계분석회사 ‘IHS 마킷’에 따르면 상반기(1∼6월) 기준 도요타와 현대차그룹의 순수 전기차 판매량은 각각 6028대(세계 38위), 18만1507대(세계 5위)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도요타는 지난해 말 전기차 전략을 발표할 때도 바로 3개월 전에 제시했던 ‘2030년 전기차 판매 목표치’를 150만 대 상향(200만 대→350만 대)했다”며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비롯해 각국 산업 정책이 전기차 지원에 집중되면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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