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정이 경선으로 치러진다. KT 이사회가 구현모 대표(사진)의 연임이 적격하다고 판단했으나, 구 대표가 정당성 확보를 위한 경선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사회는 이달 말까지 회사 안팎에서 경쟁 후보를 찾아 추가 심사를 진행한다.
13일 KT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구 대표에 대한 2차 면접을 진행한 뒤 “연임이 적격하다”고 판단했다. 심사위원회는 KT의 이사회 중 구 대표를 제외한 사내이사 1명(윤경림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과 사외이사 8명으로 구성돼 있다. 다만 구 대표가 ‘주요 주주가 제기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복수후보에 대한 심사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사회가 이를 받아들였다.
구 대표가 언급한 주요 주주는 KT 지분 10.35%를 보유한 최대주주 국민연금공단을 의미한다. 국민연금 김태현 이사장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소유 지분이 광범위하게 분산된 기업들의 건강한 지배구조 구축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소유분산기업에서 지배구조 고착화, 후계자 양성 미비 등이 쟁점화되는 것이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탓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KT 이사회가 연임 논의 과정에서 국민연금에 요청해 받은 의견서에도 같은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구 대표가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을 설득하고 대외적인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선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에 이은 주요 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 4.69%, 현대모비스 3.10%), 신한은행(5.58%) 등의 ‘백기사’ 역할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구 대표가 정면 돌파를 택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구 대표가 국민연금이나 정치권을 의식하지 않을 순 없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경선을 거치더라도 연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인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경선이 결정된 만큼 KT 이사회는 정관에 따라 지배구조위원회를 통해 새로운 대표 후보군 확보에 나서게 된다. 구 대표를 포함한 최종 후보군이 결정되면 이사회는 다시 심사 절차를 밟는다. KT 이사회는 경영 공백을 우려해 연내 최종 후보 선정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최종 후보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3년 대표 임기를 시작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