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메뉴판-전기가마 등 갖춰
비전문가 도자기 제작 쉽고 빨라져
경험형스마트마켓 지원사업 혜택
“수공예 도자기 클래스에 3D 프린터를 활용한다면 어떤 작품이 만들어질까?”
일반적으로 도자기 공방을 떠올리면 인적이 드문 시골에서 손으로 점토를 빚고, 물레를 돌리고, 가마의 장작을 때는 장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정보기술(IT)에 친숙한 MZ세대 공방 주인들을 중심으로 전통 공예에 신기술을 입혀 차별화를 꾀하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다. 대전 유성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2021년 12월부터 작은 공방 ‘오디너리 크래프트’를 운영하는 성진하 부부디자인단 대표도 그중 한 명이다. 성 대표는 “잘 변하지 않는 전통 도예에 생소한 장비를 접목하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면서 “흙을 주입해 3D 프린터로 출력한 기본 도자기에 손으로 빚은 장식을 덧붙일 수도 있고, 다른 소재와 엮을 수도 있으며, 모형이 흘러내리거나 깨진 듯한 모습으로 연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도심 한복판에 있는 오디너리 크래프트 공방 안에는 흙으로 원하는 모형을 뽑아낼 수 있는 3D 프린터뿐만 아니라 고객이 만들고 싶은 작품을 선택해 참고할 수 있는 스마트 메뉴판, 굽기 속도를 높여 주는 미니 전기자동가마, 흙을 균일하게 반죽해주는 토련기, 쉽게 판을 밀어주는 도판기 등 각종 스마트 기기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KAIST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등 IT 기업에서 10여 년간 일하다 취미로 도예를 접한 성 대표는 이런 기술을 접목하면 고객들에게 더 편리하고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진행하는 ‘경험형 스마트마켓 지원사업’의 혜택으로 도입한 장비들의 도움을 받으면 비전문가도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양질의 흙을 더 쉽게 다룰 수 있고 복잡한 모양도 더 빨리 만들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가령 미리 도판기로 밀어 둔 평평한 점토로 아기자기한 장신구들을 만들어 조합하면 금세 크리스마스 모빌을 완성할 수 있다. 성 대표는 “도예 전공자가 아니기에 오히려 생산자보다는 소비자 관점에서 바라보고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었다”면서 “도심에 있는 취미 공방에서 이렇게 기술이 결합된 융·복합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은 드물다”고 설명했다.
공실이던 동네 상가에 특색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내자 대전뿐 아니라 세종, 공주 등 인접 지역에서도 손님들이 찾아오고, 주변 공실도 점차 메워지는 등 동네에도 활력이 돌고 있다. 원래 단체 클래스 진행 시 흙의 품질 저하, 굽는 속도 제약 등으로 인해 한번 구워진 초벌기에 그림을 그리게 하는 등 제한적인 체험만 기능했지만 스마트 기기 덕분에 단체 체험이 훨씬 수월해졌다. 이에 주변 학교도 많이 찾게 됐다. 성 대표는 “안전한 흙 소재로 3D 프린팅을 하는 등의 체험이 교육 프로그램으로서도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인근 공방들과도 협업하면서 로컬 크리에이터로서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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