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찬 씨(25)는 아침마다 버스를 타고 경기 남양주시 북부장애인복지관으로 출근한다. 이곳에서 하루 3시간씩 다회용 컵을 세척하고 관리하는 일을 한다. 이 씨는 발달장애인이다. 그가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보건복지부와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장애인 일자리 사업’ 덕분이다. 장애인개발원은 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공공형 일자리를 제공해 소득을 보장하고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업무를 한다. 이 사업을 통해 올해 일자리를 찾은 장애인은 2만7546명이다. 이들은 이 씨처럼 다회용 컵을 세척하거나 교통약자의 승하차를 지원하거나 대형 서점에서 도서를 정리하는 등의 업무를 맡는다.
장애인개발원은 장애인이 취업할 수 있는 38개 직무를 개발했다. 전국 583개 기관에서 직무에 적합한 장애인을 고용해 일자리를 창출한다. 장애인에게 어떤 직무가 적합할지 판단하지 못하는 기관들에 장애인개발원이 개발한 직무는 일종의 가이드 역할을 한다.
강원 춘천시청에서 근무하는 오준기 씨(32·지체장애)는 장애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며 공무원의 꿈을 키웠다. 일정 기간 소득을 보장해 주는 ‘일반형 일자리 지원사업’이 공무원 시험에 도전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됐다. 식품회사나 정보기술회사 취업에 성공한 사람들도 있다.
이 씨는 다회용 컵을 세척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어 한다. 월급을 모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사주고 싶다는 소망도 있다. 예전엔 짜증을 내는 일이 많았는데 이젠 그렇지 않다. 일을 하면서 성격이 밝아졌고 몸도 건강해졌다. 무엇보다도 자신감과 꿈을 갖게 됐다. 첫 월급을 받았을 때의 감동을 그는 잊지 못한다.
남양주시 북부장애인복지관 관계자는 “커피숍은 물론이고 일반 회사에서도 다회용 컵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 효찬 씨에게 민간 기업으로 취업이 연계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복지관은 이 씨의 취업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은 2007년 시작됐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국내 등록 장애인은 약 260만 명이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의 지원을 받는 장애인은 1%에 불과하다. 모든 장애인이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자립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