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스텝’ 명분 강해졌다…한은 ‘베이비스텝’ 힘 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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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2월 14일 10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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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곧 금리 인상 속도를 낮춰 ‘빅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밟을 명분이 강해졌다.

내년 1월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으로서는 연준의 속도 조절로 인해 여유 공간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미 최종금리 수준이 얼마나 높아질지에 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긴장을 늦출 순 없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미국 노동부는 13일(현지시간)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7.1%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7.3%를 밑돌면서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 같은 물가 오름세는 현지시간 14일(한국시간 15일 새벽)까지 열리는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상치를 하회한 물가 상승률로 인해 연준은 이번 금리 결정 회의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명분을 쥐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11월 CPI 결과는 이달 FOMC에서 0.50%포인트 인상 명분을 강화해줄 것”이라면서 “근원물가의 상승세 둔화세를 확인한 만큼 연준이 긴축 속도를 늦추도록 일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번 FOMC는 매파적 스탠스를 보이진 않을 전망”이라며 “어렵게 잡은 인플레 압력이 재차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내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는 차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간 연준은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며 금리 인상 속도를 빠르게 유지해 왔다. 40여년 만에 최고 수준인 물가 오름세를 하루빨리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던 연준이 빅 스텝으로 브레이크를 밟을 경우, 한은은 금리 운영에 있어 한층 자율성이 생긴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이 용인 가능한 1% 내외를 넘어 급격히 커질 우려를 한시름 덜기 때문이다.

특히 향후 경기 흐름과 부동산 시장 등 국내 상황을 봐 가면서 기준금리를 결정할 여지가 늘어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30일 인터뷰에서 “연준의 속도 조절 시사로 인해 통화 정책을 좀 더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게 됐다”면서 “단기적으로 좋은 소식”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한은은 내년 상반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 스텝’으로 금리 인상의 속도 조절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25%다. 만일 내년 1월 첫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에서 베이비 스텝이 현실화하면 이 총재가 앞서 금통위원들의 최종금리 기대 수준으로 밝힌 3.50%에 다다르게 된다.

물론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이번 FOMC 결과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이 얼마나 상향 조정될지 아직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달 0.50%포인트 금리 인상과 함께 점도표 상 최종금리 수준을 상향 조정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종금리 조정 폭에 대한 전망은 기관별로 상이하다.

모건스탠리는 미 연방기금금리가 내년 1월 4.5~4.75%로 정점을 찍으리라고 보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내년 여름쯤 5~5.25%에서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BoA는 만약 고용이 지금처럼 계속 뜨겁다면 6%까지도 가능하다고 예측했다.

ING는 내년 2월 4.75~5%에서 최종금리를 형성할 것이라고 봤으며, JP모건은 내년 하반기 최대 6.5%까지 올라갈 가능성을 제시했다. 메릴린치는 최종금리를 5.0~5.25%로 내다보면서 금리 인상의 중단을 위해 실질적인 노동시장 약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최종금리 수준이 5%를 초과하고 한은이 앞서 제시한 3.50%에서 최종금리를 형성한다면, 한미 금리 역전 폭은 직전 최대 수준인 1.50%포인트(1999년 6월~2001년 3월)를 넘는다.

최근 금융시장이 단기자금시장을 중심으로 불안을 나타내고 무역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금리 역전 확대는 금융시장 내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앞서 한은은 연준을 따라 금리를 기계적으로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내 물가, 경기 상황을 고려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면서도 과도한 한미 금리 차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한미 금리 차와 관련해 “연준을 기계적으로 따라간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심해지면 외환시장, 물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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