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표준지 공시가가 올해보다 5.92% 떨어졌다. 표준주택 공시가격도 5.95% 하락했다. 표준지 및 표준주택 공시가가 하락한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정부가 최근 집값 하락과 어려운 경제여건 등을 감안해 내년도 부동산 관련 각종 세금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춰주기로 하고,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2020년 수준으로 떨어뜨린 게 직접적인 원인이다.
다만 하락폭은 기대수준을 밑돌았다. 최근 집값 하락이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나타났고, 땅값이나 단독주택 등은 여전히 오른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고시될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두 자릿수 이상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토교통부는 14일(오늘) 이런 내용으로 ‘2023년 표준지 및 표준주택 공시가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번 공시가격(안)은 예년과 달리 시도 및 시군구의 사전검토를 거쳐 결정됐으며, 이날부터 다음달 2일까지 20일간 소유자 열람과 의견청취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이견이 있으면 다음달 2일까지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www.realtyprice.kr)’ 사이트나 해당 표준지 담당감정평가사, 한국부동산원 각 지사, 시군구 민원실 등에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이견까지 반영한 뒤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다음달 25일 공시가격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최종 확정된 표준지 및 표준주택 공시가격은 개별공시지가와 개별주택 공시가격 산정기준으로 활용된다. 개별공시지가와 개별주택 공시가격은 토지나 단독주택 등과 관련한 각종 세금 등의 부과기준이 된다.
● 내년 표준지 공시가격 5.92% 하락
국토부에 따르면 2023년에 적용할 표준지 공시가격은 올해보다 5.92% 떨어졌다. 이는 전국 공시대상 토지 3502만 필지 가운데 56만 필지를 대상으로 1220명의 감정평가사가 투입돼 현지 조사와 공시가격 현실화율 등을 반영해 결정한 것이다.
표준지 공시가격이 하락세를 보인 것은 2009년(-1.42%) 이후 14년 만이다. 표준지 공시가격은 2010년 이후 꾸준하게 1~4%대의 상승률을 보이며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그러다가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2017~2022년)부터 큰 폭으로 오르기 시작했고, 특히 2021년(10.35%)과 2022년(10.17%)에는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부동산시장이 활황을 보인데다 급격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이 직격탄이 됐다.
시도별로 보면 모든 지역이 떨어졌다. 경남이 7.12% 떨어지면서 하락률 1위를 차지했고, 제주(-7.09%) 경북(-6.85%) 충남(-6.73%) 울산(-6.63%)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용도별로는 임야가 6.61% 하락했고, 농경지(-6.13%) 주거(-5.90%), 공업(-5.89%) 등의 순으로 감소율이 컸다.
● 내년 표준주택 공시가격 5.95% 하락
내년에 적용할 표준주택 공시가격은 올해보다 5.95% 하락했다. 이는 전국 다가구·다중·용도·혼합주택 등을 포함한 단독주택 411만 채 가운데 25만 채를 대상으로 한국부동산원이 현장 조사와 공시가격 현실화율 등을 적용해 결정한 것이다. 표준주택 공시가격이 하락세를 보인 것은 표준지와 마찬가지로 2009년(-1.98%)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시도별로 보면 모든 지역에서 떨어졌는데, 표준지와 달리 가격이 비싼 지역에서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예컨대 서울이 8.55% 떨어지며 하락율 1위를 차지했고, 경기(-5.41%) 제주(-5.13%) 울산(-4.98%) 대전(-4.84%) 등이 뒤를 이은 것이다.
이런 양상은 서울시내 25개 구에서 더욱 확연하게 나타난다. 강남구(10.68%)와 서초구(-10.58%)가 두 자릿수 하락률을 보였고, 송파(-9.89%) 용산(-9.84%) 마포(-9.64%) 강동(-9.46%) 동작(-9.38%) 광진구(-8.82%) 등이 모두 서울 평균을 웃돌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표본의 분포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군·구 단위 행정구역을 베이스로 용도, 동일 구조 등 몇몇 기준으로 샘플링을 하는데 9억 원 미만 표준지나 표준주택의 현실화율은 그렇게 많이 제고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또 “(표준주택의 경우 가격 선정에) 재개발 등 부동산 개발 호재를 반영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 부동산 관련 세 부담 크게 줄어들 듯
이처럼 표준지와 표준주택 공시가격이 떨어짐에 따라 내년 부동산 관련 각종 세금 부담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공시가격은 보유세를 비롯해 건강보험료,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대상 선정 등 60여 가지 행정지표로 활용된다.
연합뉴스가 신한은행에 의뢰해 보유세 수준을 검토한 결과, 11월 기준 실거래가 17억 원짜리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은 올해 14억3520만 원에서 내년에는 12억8010만 원으로 낮아진다. 해당주택 보유자가 1주택자여서 80%의 세액 공제를 받는다면 보유세는 올해 372만3000원에서 내년에는 312만5000원으로 약 60만 원 줄어든다.
다만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정안과 내년도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따라 실제 체감하는 세 부담은 달라질 수 있다.
● 20년째 1위 명동 땅값도 떨어졌다
내년 표준지 공시가격에서 서울 중구 충무로 1가 네이처리퍼블릭 부지(169.3㎡)는 2004년부터 20년 연속 국내에서 가장 비싼 땅 타이틀을 지켰다. ‘명동 네이처리퍼블릭’으로 불리는 이곳의 내년 공시지가(1㎡당)는 1억7410만 원이었다.
다만 올해(1억8900만 원)보다 7.9% 떨어졌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명동 상권이 타격을 받으면서 올해 공시가격이 8.5% 떨어진 이후 2년 연속 내림세다.
표준 단독주택 중에선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이 8년 연속 공시가격 1위 자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 회장 자택의 내년 공시가격도 280억3000만 원으로 올해(311억 원)보다 9.9% 떨어졌다. 이 단독주택은 연면적 2861.8㎡ 규모로, 2016년 표준 단독주택으로 편입된 이후 공시가격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2위는 이해욱 DL(옛 대림그룹) 회장의 강남구 삼성동 주택(연면적 기준·2617.4㎡)으로 내년 공시가격이 올해보다 11.6% 하락한 182억 원이다. 3위는 삼성그룹 호암재단이 용산구 이태원동에 보유한 삼성그룹의 영빈관인 승지원(609.6㎡)이다. 내년 공시가격은 168억 원으로 올해보다 9.0%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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