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車보험료 1~2% 인하… 실손보험은 ‘두자릿수 인상’ 줄다리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15일 03시 00분


車보험료 손해율 개선에 인하 여력
대형사 1%, 중소형사 2%대 검토
2년 연속 10% 넘게 올랐던 실손
역대 최대 2조8000억 적자에 고심

고물가 고금리 등 어려운 경제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민생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는 각종 보험료의 변동 여부가 연말 금융권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정치권이 서민의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자동차보험료 인하 등을 압박하자 손해보험회사들은 보험료 조정 폭을 두고 고심에 들어간 상태다.

보험업계는 일단 차보험료는 소폭 인하하는 반면, 적자가 누적된 실손의료보험료는 10% 이상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차보험과 실손보험엔 각각 2400만, 3900만 명 이상이 가입돼 있어 보험료 조정에 따라 많은 국민들이 영향을 받을 예정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손보사들은 내년 차보험료를 1∼2%가량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차보험료는 손보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지만 국민 2423만 명이 가입한 의무 보험인 데다 물가상승률에 직접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입김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전체 차보험 시장의 85%를 점유하고 있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대형 4개사는 현재 1%대 인하를 검토 중이지만 비교적 점유율이 낮은 메리츠화재, 롯데손해보험 등은 최대 2.5∼2.9% 인하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자동차보험은 손해율(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급 비율)이 전보다 많이 개선되면서 보험료 인하 여력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올 1∼10월 누적 기준 대형 4개사의 손해율은 78.5∼79.4%로 통상 차보험의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80% 아래로 내려갔다. 지난해 1∼10월(78.3∼79.5%)과 비슷한 수준으로 안정적인 영업 구조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2018∼2020년 3년 연속 적자를 냈던 차보험은 지난해 팬데믹 여파로 차량 운행이 줄면서 4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반면 3977만 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이라 불리는 실손보험료는 내년에도 10%대 인상이 논의되고 있다. 도수치료 등 주요 비급여 항목에 지급된 보험금이 2018∼2021년 연평균 23% 늘어나는 등 만연한 과잉 진료로 인해 적자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보험업계의 실손보험 적자 규모는 역대 최대인 2조8602억 원으로 집계됐다.

보험연구원 추산에 따르면 실손보험 적자를 없애기 위해선 향후 5년간 보험료를 매년 21% 이상씩 올려야 한다. 보험업계는 내년에도 최소 올해(평균 14.2%)와 비슷한 수준의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정치권과 당국이 높은 인상률에 부정적인 만큼 두 자릿수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손보험료는 2017년 20.9% 인상된 뒤 2018년엔 동결됐고 2019년과 2020년 6∼7%, 지난해엔 10∼12% 올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차보험료를 내리는 것은 기정사실이지만 회사별로 적정한 인하 폭을 두고 고심 중”이라며 “실손보험은 적자를 줄이기 위해 비급여 항목 관리와 함께 충분한 보험료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요 손보사들은 올해 1∼9월에도 실손보험에서 적자를 봤지만 이를 보장성보험 판매나 사업비 절감, 자산운용 이익 등으로 메워 전체 순익은 흑자를 내고 있다.

#보험료#고물가#고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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