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신공장 설립 勞勞갈등… 대의원들 교섭장 봉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15일 03시 00분


2025년 전기차 양산 계획 세웠지만
회사 “年 15만대” 노조 “20만대” 대립
미래차 전환-고용 안정 놓고 교섭
일부 강성파 대화 막아서 교착상태

목적기반차량(PBV) 전기차 공장 건설을 놓고 노사 간 대립이 벌어지고 있는 경기 화성 기아 오토랜드의 전경. 기아 제공
목적기반차량(PBV) 전기차 공장 건설을 놓고 노사 간 대립이 벌어지고 있는 경기 화성 기아 오토랜드의 전경. 기아 제공
2025년 전기차 양산을 목표로 한 기아의 경기 화성 신공장이 노사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해 표류하는 가운데 ‘노노 갈등’까지 불거졌다. 27년여 만의 기아 국내 공장 건설이 첫 삽을 뜨기 전부터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자동차업계와 기아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전날 예정됐던 신공장 관련 고용소위 5차 본협의가 일부 대의원들의 교섭장 입구 봉쇄로 열리지 못했다. 이들은 “외주화 없는 신공장을 건설하라”고 주장하면서 교섭장 입구를 막아섰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지부 화성지회장 등 노조 측 교섭대표들은 “조합원 1만3000명의 고용 안정 쟁취 원칙을 갖고 있다. 교섭을 위해 길을 열어 달라”고 요구했지만 대의원들은 끝내 길을 열지 않았다.

먼저 교섭을 통해 입장 차를 좁혀 보겠다는 노조 측과 달리 일부 강성파는 대화에 앞서 기존 생산 물량에 대한 확답부터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앞세우며 대화를 막아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노조 내부 계파들 간 갈등이 표면화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아 화성 신공장은 목적기반차량(PBV) 및 픽업트럭 부품 생산을 위해 기아가 27년 만에 신설하는 국내 완성차 공장이다. 투자 규모는 약 1조 원으로, 픽업트럭 부품은 2024년 말, PBV는 2025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노사 간 교섭의 핵심 쟁점은 결국 고용 안정과 직결돼 있다. 사 측은 1차로 연간 10만 대를 생산하고, 추후 15만 대까지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이에 반해 20만 대까지 물량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모듈 공장과 플라스틱 및 차체 도어 공장 등의 사내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물량도 충분히 확보하고 각종 부품들을 화성 신공장에서 직접 생산해 노조원들의 고용 불안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반면에 사 측은 미래 자동차시장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무턱대고 생산 물량을 과도하게 잡기는 힘들다고 보고 있다.

이런 입장 차이 때문에 신공장 관련 노사 교섭은 실무 10차, 본협의 4차가 진행되는 동안 별다른 진전 없이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 측은 “노사 간 교섭을 통해 내년 상반기 PBV 공장 착공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화성에는 현재 1∼3공장이 가동되고 있다. 신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이 시작될 경우 1공장의 K3와 모하비의 단기 생산 중단이 이뤄질 수도 있다. 기존 생산 직원들의 일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일부 강성파들은 본격적인 교섭을 하기 전 사 측으로부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섭을 해야 물량 확보도 가능하다”는 노조 대표단 측과 노노 갈등을 불사하면서까지 강하게 맞부딪치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미래차 시장을 위한 선제 투자는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만큼 지금과 같은 갈등 상황은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사 측으로서는 해외 시장 변동성이 너무 커 무턱대고 생산만 많이 하겠다고 약속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결국 사 측과 노조 모두 전기차 전환에 따른 노동 인력 전환이나 미래차 시대의 인력 재교육 방안 등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입자동차 업체의 한 임원은 “유럽 완성차 업체들도 신공장 건설을 할 때 노조 협의를 다 거치지만 사 측이 미래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면 노조도 현실적인 문제들을 수용한다”며 “공장 설립은 생존의 문제로, ‘강 대 강’으로 가봐야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신설공장#교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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