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아파트, 성냥갑 대신 최첨단 디자인을 입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15일 12시 11분


“성냥갑을 늘어놓은 듯한 획일적인 모양의 공공임대아파트 단지는 잊어라.”

국토교통부는 15일(오늘) 서울 중구 정동 국토발전전시관에서 ‘제 5회 대한민국 공공주택 설계공모대전’(이하 ‘공공주택 설계대전’) 시상식을 개최했다. 2018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는 공공주택 설계대전은 획일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나 주거 트렌드와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맞는 질 좋은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올해의 경우 대구시 수성구 삼덕동 일대 대구대공원 A2 블록에 들어서는 공공주택 단지 등 11개 공공주택 단지가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이들은 대부분 여러 저층 주거동을 묶어 한 개의 마을처럼 만들고, 다양한 형태의 단지 내 소공원과 편의시설 등을 배치했다.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 사태로 나타나고 있는 주거시설에 대한 수요 변화를 반영한 결과다. 즉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고, 가급적 집 근처에서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반시설을 모두 누릴 수 있는 ‘N분 동네’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 성냥갑 대신 최첨단 디자인을 공공주택에 입힌다
공공주택 특히 임대주택은 그동안 지역적 특성이나 다양성은 배제된 채 획일적인 성냥갑 모양을 줄지어 세운 형태로 공급돼 왔다. 절대적인 공공주택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저렴하게 많이 빨리 지어 공급하겠다는 양적 공급에 치중한 것이다. 그 결과 부정적 이미지로 인해 입주자의 만족도도 떨어질 뿐 아니라 지역 주민의 반대 등으로 공공주택을 적재적소에 공급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

게다가 영구임대, 공공임대, 국민임대, 전세임대 등과 같은 공공주택은 저소득층 중심으로 설계돼 주택을 투자 수단으로 여기는 일반 수요자들에게 기피시설로 인식됐다. 공공주택을 자기 집값을 떨어트리는 장애물처럼 여기는 이른바 ‘낙인효과’다. 이로 인해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를 위한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과 행복주택조차도 기피 대상으로 여겨지는 부작용도 낳았다.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선 공공주택이 국민들이 살고 싶어 하는 주거공간이 될 수 있도록 기본적인 품질과 함께 설계와 디자인에서도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2018년 그동안 행사성·일회성으로 추진돼왔던 특화설계공모를 연례화하고, 이름도 ‘대한민국 공공주택 설계공모대전’으로 정했다.
● ‘파리 15분 도시’를 구현하라

공공주택 설계대전은 주거 트렌드와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맞추기 위해 매년 선정기준을 바꿔 진행됐다. 첫해인 2018년의 경우 ‘공유와 소통’이 주제로 제시됐고, 이듬해엔 ‘마을을 열고, 마음을 잇다’였다. 공공주택 단지가 주변지역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디자인 설계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발발한 2020년부터 선정기준은 큰 변화를 겪는다. 코로나로 바뀐 일상을 치유하고 대응할 수 있는 주거공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2020년에는 ‘새로운 일상, 머물고 싶은 H.O.U.S.E’, 2021년에는 ‘따로 또 같이, 삶의 가치를 공유하는 주거 플랫폼’으로 각각 제시됐다.

올해의 경우에는 ‘N분(分) 동네, 뉴노멀 시대의 공공주택’이다. N분 동네는 일상생활의 인프라를 도보나 자전거로 분 단위 내에서 누릴 수 있는 주거 및 도시공간 설계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파리의 15분 도시’이다. 2020년 프랑스 수도 파리시장인, 안 이달고(Anne Hidalgo)가 추진한 정책으로, 사무실과 학교, 공원, 병원, 상점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시설을 집에서 도보 또는 자전거로 15분 거리에 위치하도록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 대구대공원 A2블록 등 11개 작품이 당선작

이런 기준에 따라 올해에 모두 48개 작품이 출품됐고, 기술심사와 전문가 심사를 거쳐 11개 작품이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이후 지난 11월 18~25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국민 선호도 조사를 거쳐 3개 작품이 최종 우수작품의 영예를 안았다.

1위로 선정돼 국토부 장관상을 받은 곳은 대구도시개발공사가 대구대공원 A2 블록에 짓는 공공분양 아파트 단지다. 6만여 ㎡ 부지에 공공분양주택 680채와 신혼희망주택 300채가 들어서는 곳으로, 주변 3km 이내에 대구미술관, 대구간송미술관, 대구스타디움,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대구대공원 등 문화체육시설이 밀집해 입지여건이 뛰어난 곳으로 평가받았다.

대구도공은 이곳에 개인정원형, 재택근무형 등 다양한 아파트 평면을 적용하고, 단지 내 도로를 따라 주민공동시설을 복합 배치해 아파트 단지 내 주민들의 공동체 활성화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30m 높이 차가 있는 남고북저(南高北低) 지형에 들어설 아파트 단지에 다양한 도로를 건설하고, 중심부에는 자연녹지와 공원을 배치하기로 했다.

2등(한국토지공사 사장상)은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인천 검단지구 남쪽 AA7 블록에 지을 통합공공임대 아파트단지에 돌아갔다. 3만6000㎡ 부지에 임대아파트 1014채가 들어서는 곳으로, 반경 1㎞ 내 119안전센터, 행정복지센터, 선사박물관, 법원지원, 검찰청지청 등 관공서가 있다. 단지 내 공공보행통로로 주변지역을 오갈 수 있도록 설계해 연결성을 확보하고, ‘열린 마당’을 계획해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계획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3등(인천도공 사장상)도 인천도공이 도화지구 B3블록에 건설할 통합공공임대아파트 단지가 차지했다. 옛 인천대학교 부지(1만9000㎡)에 아파트 482채가 들어설 예정이다. 반경 1㎞ 이내 초등학교 3개, 중학교 3개, 고등학교 7개가 있고, 인천대로와 인접해 광역교통 여건이 우수하고 다양한 공원이 분포돼 녹지공간이 풍부한 입지여건을 자랑한다. 소형 임대주택의 공간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옥외테라스도 배치해 아파트 모양을 다채롭게 설계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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